‘잠언 16장9절’과 정성진 목사
‘잠언 16장9절’과 정성진 목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0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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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箴(잠)’과 ‘말씀 言(언)’ 두 글자로 된 ‘잠언(箴言)’을 말 그대로 풀이하면 ‘바늘처럼 콕 찌르는 말씀’이 된다. 사전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훈계나 경계가 되는 짧은 말’ 즉 격언(格言) 또는 금언(金言)으로 풀이한다. 영어 ‘proverb’가 같은 뜻이다.

그러나 구약성경의 스물넷째 권 ‘잠언’(‘The Proverbs’ 또는 ‘The Book of Proverbs’)은 그 의미의 폭이 넓다. 다음백과는 ‘구약성서에서 케투빔(성문서)이라 불리는 유대교 경전의 3번째 부분에 실려 있는 지혜에 관한 작품’이라고 정의한다. ‘지혜의 모음집’인 셈이다. 이해가 쉽도록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펴낸 ‘성경’을 참고로 삼는다.

모두 31장으로 된 잠언의 1장1절은 이 작품을 ‘이스라엘 임금 다윗의 아들 솔로몬의 잠언’이라 소개한다. 다시 다음과 같은 말들로 채워진다. “지혜로운 이는 이것을 들어 견문을 더하고 슬기로운 이는 지도력을 얻으라(1장5절).” “내 아들아, 아버지의 교훈을 들어라. 어머니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마라(1장8절). 그것들은 네 머리에 화관이며 네 목에 목걸이다(1장9절).”

3장에서는 지혜를 ‘생명의 나무’에 비유한다. 5장에서는 낯선 여자를, 제6장에서는 간통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지혜의 소득은 은보다 낫고 그 소출은 순금보다 낫다(5장14절). 지혜는 산호보다 값진 것, 네 모든 귀중품도 그것에 비길 수 없다(3장15절). 지혜는 붙잡는 이에게 생명의 나무, 그것을 붙드는 이들은 행복하다(3장18절).” “정녕 낯선 여자의 입술은 꿀을 흘리고 그 입속은 기름보다 매끄럽지만(5장3절), 그 끝은 쓴흰쑥처럼 쓰디쓰고 쌍날칼처럼 날카롭다(5장4절).” “너는 마음속으로 그런 여자의 아름다움을 탐내지 말고 그 눈짓에 걸려들지 마라(6장25절). 창녀는 빵 한 덩어리면 되지만 남의 아내는 귀중한 생명을 노린다(6장26절). 누가 불을 품에 안고 다니는데 옷을 태우지 않을 수 있겠느냐(6장27절)? 그런데 요즘 한창 화제로 떠오른 잠언 구절이 있다. 지난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이 땅을 회복하여 거룩하게 하소서’란 주제로 열린 제49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인용한 ‘잠언 16장9절’이다. “인간이 마음으로 앞길을 계획하여도 그의 발걸음을 이끄시는 분은 주님이시다.” 황 대행이 실제로 인용한 개신교 쪽 ‘성경전서’(대한성서공회, 개역한글판)에는 이렇게 나온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축사 원고 원본에는 없었던 대목이었다. 이를 두고 언론매체들은 약속이나 한 듯 흥미로운 해석을 쏟아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황 대행이 작심하고 속내를 내비친 것 아니냐”, “대권 도전 메시지가 확실하다”는 등등의 해석이었다. 이날 또 하나 관심을 모은 것은 정성진 목사(경기도 고양시 일산 ‘거룩한빛 광성교회’)의 설교 내용이었다. 지난달 16일 ‘뉴스앤조이’ 인터뷰에서 “용비어천가 설교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바 있는 그의 설교는 이랬다.

“목사들은 강대상에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선포해야 한다.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라고 외쳐야 한다. 보수·진보, 여당·야당으로 편을 가르기보다 상처받은 영혼을 품어야 한다. 교회가 할 일이자 목사가 할 일이다./ 그리스도인은 신앙인답게 믿음을 가지고 말해야 한다. 강대상에서 제발 정치인이 해야 할 이야기를 하지 말기 바란다./ 교회는 편을 가르면 안 된다. 한국교회가 특정 정당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성도들도 마찬가지다.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고 지지하거나 한두 가지 공약이 교회 주장과 같다고 지지하면 안 된다.”

‘성일침례교회(서울 목동) 전도사’로 알려진 황교안 권한대행과 정성진 목사의 발언내용은 자세히 뜯어보면 서로 대립적이다. 정 목사가 황 대행을 향해 ‘바늘처럼 콕 찌르는 말씀’을 언제쯤 끄집어낼지 자못 흥미롭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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