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쟁력 차원 ‘파견법 손질’ 고민해야
기업경쟁력 차원 ‘파견법 손질’ 고민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0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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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분야의 파견근로를 불허하는 현행법이 우리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적법도급으로 믿고 사내하청을 활용해 온 제조업들이 잇달아 불법파견 판정을 받으면서 적잖은 당혹감과 혼란에 직면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한국GM 사내하청 근로자를 원청사 직원으로 최종 판결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현대기아차 사내하청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도 서울고등법원이 하청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제조업 사내하청을 도급으로 보지 않고 파견으로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은 자동차업종에 국한한 판단에 그치지 않고 철강, 조선 등 제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의 현대기아차 판결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을 하려면 정규직으로만 인력을 운용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적법한 도급으로 판단하고 사용해왔던 모든 사내하청 직원들을 원청사 직원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법원이 자동차 생산시스템인 컨베이어 생산라인과 직접 연관성이 없는 간접생산공정과 외부 부품사 파견직원까지 원청사 정규직으로 판단했다. 이를 두고 지나친 확대해석 판결이라는 지적이 있다. “비록 현행법을 근거로 판결했겠지만, 우리 기업의 경쟁력과 현실감 반영에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대다수 국가들은 제조업에도 파견근로를 제약 없이 도입하고 있다. 제조업의 파견근로를 불허했던 국가들도 파견허용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추세다. 제조업 파견근로를 합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제조업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기업이 수월하게 경영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제도적 규제적 편의를 봐주고 있어 경쟁력이 배가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적 장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마당에 법 규제마저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는 구조다. 법과 규제 등 행정부문의 글로벌 경쟁력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 국가보다 기술력이 약한 우리 기업들이 뒤쳐지지 않도록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법 손질을 고민할 시점에 왔다. 최소한 규제나 제도 때문에 기업이 곤혹한 상황에 빠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은 이번 판결로 인해 혹여 불법집단행동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과거 사내하도급 문제를 촉발시켰던 최병승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 직후 하청노조를 비롯한 노동계의 불법집단행동이 만연했던 전례를 잊을 수 없다. 현대차 울산1공장 점거, 죽봉사태, 희망버스 사건 등 폭력과 불법행위가 한 동안 지역 노동판을 휩쓸고 갔다. 법원 판결 하나만 믿고 물리적 행동을 감행해 회사의 막대한 피해는 물론이고 수많은 하청근로자들이 민형사상 불이익을 당하는 불상사를 초래했다. 굳이 불법집단행동을 안 해도 순리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현대차가 작년 3월 특별협의를 통해 올해까지 6천명을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키로 결정한 것을 봐도 강압적·불법적 행동이 능사가 아니다.

대법원 최종 판결심이 남은 상태에서 불법행위를 조장하고, 섣불리 이에 가담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단순히 옆에서 하니까 따라 하는 부하뇌동 행동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의도치 않은 개인손해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판결 이후 하청노조가 설명회 등을 통해 조합원 추가 모집에 나섰지만 가입률이 저조하다고 한다. 하청노조의 조직화 사업이 기대한 것과 달리 여의치 않다는 의미다. “하청노조에 가입해도 별다른 실익이 없을 것 같다”는 정서가 하청근로자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봐야 한다. 법으로 금지하는 집단행동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먼 길을 가야 하는 불편이 따르더라도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순리이자 권리주장을 정당화하는 길이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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