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문·사회학에서는 가치관 문제가 핵심이다
정치·인문·사회학에서는 가치관 문제가 핵심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0.2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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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보통선거를 통해 히틀러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는 독재자가 되었다. 영국도 가장 민주적인 방식, 보통의 정당정치로 투표하여 처칠을 수상으로 뽑았다. 그리고 그는 2차 대전에 승리할 수 있을 만큼 민주적 지도력을 발휘했다.

울산광역시가 울주군수 보궐선거로 인해 다시 정치에 관심을 쏟게 되었다. 누구를 군수로 선택할 것인가는 궁극적으로 투표권자의 가치관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벌레는 놓아두고라도 짐승 축에 끼는 것들이라면 가장 원형적인 것부터 고도로 닦여진 고차원적인 것까지 가치관이 거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 수컷 사자의 가치관은 암사자가 잡은 사슴을 먹을 때, 자기의 새끼가 먹으려고 덤벼들면 쫓아버릴 만큼 ‘이기주의적’이다. 암사자의 발정기에는 먹을 것이 있어도 먹지 않고 암사자만 따라다니는 ‘짝짓기 가치관’이 우선한다. 흔히 이것을 본능이라고 하는데 본능은 선택의 자유가 없는 것도 포함하지만, 가치관은 꼭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 그 중의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된 원인을 말할 때 가치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해인 수녀의 가치관은 아주 고차원적이어서 오빠의 친구들이 경쟁적(?)으로 구애했어도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수행하였으며, 지금은 암 투병 중이다(필자는 종교인이 아니어도 그를 위해 기도한다). 더 좋은 가치관의 예는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할 때 잘 나타난다. 식도락가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침에 먹지 않은 새로운 맛을 찾기 위해 메뉴의 음식 이름을 훑어보지만, 필자 같은 ‘먹어주는 가치관’이 지배적인 사람은 가격표를 먼저 살핀다. 값싸고 양 많은 것을 찾는 가치관이다. 그렇게 많은 신랑감 후보 중에서 지금의 배우자를 선택했으면, 바로 당신의 가치관이 그렇게 한 것이다. 이수일과 심순애가 이런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논리로 울주군수를 선택하는 과정에 그 사람의 가치관이 작용한다. 요즈음 정치판은 ‘그 놈이 그 놈이다’의 울주군민의 가치관도 있다. 이것도 하나의 가치관이다. 술 한 잔 얻어먹고 한 표 찍어주는 것도 그 사람의 정치에 관한 가치관이다. 입후보한 어느 협잡꾼의 간사한 여론몰이 방식의 상대 경쟁자 트집 잡기에 속아서 한 표를 버리는 것도 울주군민의 가치관이다. 이것도 분명히 가치관의 하나이다. 가치관이 저 밑에서 그렇게 행동하도록 작용한 것이다.

우리 국민의 가치관이 ‘하면 된다!’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훨씬 전에는 죽어 사는 노예근성의 가치관이었고, 다음에는 식민지근성의 가치관이었고, 6.25를 겪고 난 뒤에는 구호물자 가치관이었고, 이것을 이기자고 외치고 실제 행동으로 보인 것이 ‘하면 된다!’의 가치관이었다. 이제는 조금 살만큼 되었으니 더 발전하기 위한 잠재력 기르기의 가치관을 살펴볼 때가 되었다. 자율성의 가치관이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 알아서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가치관을 갖는 것이다. 울주군민이 지난 과거 일랑은 접어버리고 이것을 보여줄 기회가 10월 29일에 있다. 이 이야기를 거창하게 학문적으로 말하면 정치학, 인문학, 사회학 모두가 가치관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울주군민의 가치관이 어느 수준인지 보여주자.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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