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칼럼] 광화문과 대한문, 모두 한마음으로
[이동구칼럼] 광화문과 대한문, 모두 한마음으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0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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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예부터 오랜 농경문화 습관과 땅을 중시하는 마음가짐으로 3월과 함께 시작하는 봄을 겨우내 기다려 왔다. 3월은 한 해의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새 학년 새 학기를 맞는 아이들에게 3월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시기로 매우 중요하다. 덩달아 엄마의 고민도 깊어진다. 공부 잘 하고 착한 애가 짝꿍이 되길 바라며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이 될지 신경을 곤두세운다.

어제는 3·1절이었다. “기미년 3월 1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 의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유관순은 ‘조선의 잔 다르크’라 불리는 우리 민족의 자랑이다. 당시 이화여고 1학년에 다니던 17세 꽃다운 소녀였다. 유관순은 아우내 장터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치다가 잡혀가 옥중 투쟁 중에 순국하였다. 울산은 교통과 통신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4월 초에야 만세운동이 벌어진다. 전국 방방곳곳 불길처럼 번진 만세운동은 울산에서도 거세게 타올랐다. 울산은 이처럼 나라사랑이 남다른 곳이다.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열린다. 촛불집회는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집회는 대한문 광장에 집결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분법이 등장한다. 촛불과 태극기, 젊은이와 어르신, 광화문과 대한문. 양분된 2개 부류의 군중이 가득 메운 모습을 동상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 국정 농단 사태는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아니라 정상과 비정상, 정의와 부패의 싸움일 뿐이다.

문득 광화문과 대한문의 내력이 궁금해졌다. 태조가 한양 도성을 정할 때의 경계 기준은 동서남북으로 위치한 4개의 산이다. 즉 낙산(동), 인왕산(서), 남산(남), 그리고 북악산(북)이다. 임금이 있는 한양을 드나드는 관문은 4대문과 4소문이 있다. 4대문은 동대문(흥인지문, 보물 1호), 서대문(돈의문), 남대문(숭례문, 국보 1호), 북대문(숙정문)이고, 4소문은 동소문(혜화문), 북소문(창의문), 서소문(소의문), 남소문(광희문)이다.

또한 한양에는 경복궁, 창경궁, 창덕궁, 덕수궁, 경희궁 등 조선 5대 궁궐이 있다. 광화문은 바로 경복궁의 남문이며 궁성의 정문이다. 광화문은 국왕이 드나드는 정문이며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의 정문이기에 그 규모와 격식이 매우 웅장하고 화려하다. 광화문의 천장에는 주작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1395년(태조 4년)에 창건되어 정도전이 사정문으로 명명하였다가 1425년(세종 7년) 집현전 학사들이 광화문으로 바꾸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서 선조가 의주까지 피난 갔다가 한양으로 돌아왔을 때, 궁궐이 모두 불타 거처할 왕궁이 없어 왕족의 집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완전했던 월산대군가를 행궁으로 삼아 거처하게 된 것이 덕수궁의 시초다. 1611년(광해군 3년)에는 이 행궁을 경운궁이라 하였다. 경운궁의 정문은 원래 정남쪽의 인화문이었으나 1906년 다시 지으면서 동쪽에 있던 대안문을 수리하고 이름도 대한문으로 고쳐 덕수궁의 정문으로 삼았다.

불과 15년 전,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너도 나도 태극기를 흔들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오! 필승 코리아!” 금년 3·1절에는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광장에는 촛불이 가득 메웠고,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 광장에는 태극기가 가득 출렁였다. 광화문에서 대한문을 지나 남쪽으로 조금 더 가면 백성이 드나들던 국보 1호 숭례문이 있다. 그 옛날 조상들이 육조거리를 만들고 그 길을 오갈 때에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얘기들을 주고받았을까.

엇비슷한 삶이 모여 새 문화를 이룬다. 지금껏 남아 있는 궁궐에는 조선왕조 이후 우리 민족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경복궁은 조선왕조 제일의 궁궐로 수난을 가장 많이 겪었으며, 광화문은 우리 근대사의 격동과 아픔을 온몸으로 느꼈다. 광화문 광장은 그 옛날 육조거리였다. 한손엔 태극기, 다른 한손엔 촛불을 들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육조거리가 될 순 없는가. 광화문에서 대한문을 지나 숭례문까지.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RUPI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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