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슬로건, 한글도시에 어울리나?
울산 슬로건, 한글도시에 어울리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27 21:2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Ulsan for you’를 대신할 새로운 ‘도시 브랜드 슬로건’(=일종의 도시 상징 구호)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울산시가 27일 공모 결과를 발표했다.

시상금 100만원을 받는 ‘최우수’에는 ‘포탠시아 울산(Port&Sea)’이 선정됐다. 그리고 시상금 50만원을 받는 ‘우수’에는 ‘Better with Ulsan’과 ‘From Here, Ulsan’ 등 2편이, 시상금 20만원을 받는 ‘’장려’에는 ‘올찬 울산’, ‘해(海)맑은 울산’, ‘I’m with Ulsan’, ‘Rising Ulsan’, ‘Keep Driving Ulsan’ 등 5편이 선정됐다.

울산시는 1월 말부터 지난 14일까지 보름 동안 온라인으로 들어온 브랜드 슬로건 1천543건을 놓고 자문단 회의를 거쳐 8편을 입상작으로 뽑았다. 그런데 최우수로 뽑힌 ‘포탠시아’에 대한 심사평이 그런대로 들을 만하다. 울산의 특징인 ‘항구(Port)’와 ‘바다(Sea)’를 표현하고, 발음하기도 쉬워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수긍할 만한 평이다.

그래도 문제는 있다. ‘한글도시 울산’의 자존심을 찾기 힘들어서다. ‘장려’ 5편 가운데 ‘올찬 울산’, ‘해(海)맑은 울산’ 2편이 포함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최우수’, ‘우수’는 온통 영어투성이다. “이래서야 어디 지하의 외솔 최현배 선생을 떳떳하게 뵐 낯이라도 있겠는가?”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터져 나오는 판이다.

최우수에 뽑힌 ‘포탠시아’가 시민들이 발음하기에 좋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소화시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는 곧 내다버리게 될 ‘Ulsan for you’가 차라리 더 낳지 않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하지만 벌써부터 낙담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울산시가 이번의 공모 우수작이 새로운 울산의 브랜드 슬로건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며,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오는 7월 브랜드 슬로건을 최종 확정짓는 데 참고할 따름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새 브랜드 슬로건은 오는 7월 15일 광역시 승격(1997년) 20주년 기념행사 때 발표한다고 했으니 아직 시간적 여유는 충분한 셈이다.

차제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일찍이 본란에서도 밝혔듯이, 울산시는 앞으로 5개월도 더 남은 기간 동안, 재공모를 해서라도, ‘한글도시 울산’의 정체성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브랜드 슬로건을 찾는 일로 깊이 고민했으면 하는 것이다. 영어투성이의 표현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