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과 학부모
교권과 학부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2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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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일반적인 직장이나 회사와는 달리 3월부터 새로운 회계가 시작되면서 관련 업무들도 동시에 추진된다. 그래서 ‘OO학년도’라는 개념으로 2월과 3월을 구분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은 ‘2016학년도’의 범주에 들어가고, 올해 3월부터 내년(2018년) 2월까지는 ‘2017학년도’라고 부르며 관련 업무를 추진하게 된다.

회계의 시작과 마무리의 의미도 일반사회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어도 전년도 회계와 새로운 한 해의 회계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는 3월이면 늘 새로운 분위기에 감싸이게 된다. 교실의 아이들과 학부모들도 새롭게 만나게 될 선생님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으로 가득하게 된다. 교사들 또한 3월부터 새로운 아이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이런 저런 계획들을 구상해 보다가 2월의 마지막 밤을 늦은 시각까지 뒤척이며 보내게 된다.

최근 들어 교단에서도 예전보다 걱정거리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특히 꼭 피했으면 하는 학부모들에 대한 고민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끙끙거리며 앓게 되는 ‘가슴앓이’의 경우가 많이 늘어난다.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자녀와 담임교사의 관계를 1:1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교사의 입장에서는 많게는 27:1이 되거나 때로는 22:1이 되기도 하고 평균적으로 24:1은 되기 때문에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 많아지게 된다.

1:1로 바라보는 학부모의 시각에서는 담임교사의 지도 방침이나 행동들이 자녀에게 속상하거나 아쉬운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교사의 입장에서는 많은 아이들 중에서 한 명의 학생으로 바라보면서 ‘차별’이나 ‘특혜’ 같은 단어가 나오지 않도록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보니 서로의 시선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갈등을 대화와 상담을 통해 잘 해결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더욱 건강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게 되어 아이들의 재능을 활짝 꽃피우게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상황이 된다면 아이에게도 힘겨울 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또한 그 시간들이 끔찍하리만큼 지치고 힘든 시간들의 연속이 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일 것이다. 실제로 교단에서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은 대부분 여기에서 비롯된다. 어찌 보면 교사들의 ‘교권’과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습권’에 대한 주장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얼마 전 울산교육청에서는 여태까지의 교권 보호와는 결이 다른, 기존의 대책과는 한층 더 심화된 대책을 발표하여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특히 ‘교원배상책임보험’이란 제도를 도입하여 교육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날 때 교사의 법적 배상 책임을 덜어주는 보험을 정책적으로 도입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보험은 교사가 학교시설이나 학교업무와 관련된 곳에서 학교업무를 보다가 발생하는 사고로 배상금 청구를 받을 경우에만 활용하게 된다. 그 밖에 ‘교원 치유 지원센터’나 다른 대책들도 종전보다 훨씬 진일보된 내용들이어서 교육청의 적극적인 정책의지를 엿볼 수 있다. 교육부에서도 교권보호를 위해서는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강제전보와 학부모 강제교육에 대한 내용도 법률로 제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고 하더라도 그 유용성은 어떻게 활용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법 이전에 양심’이라는 말이 있다.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선행된다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교실의 학생들 또한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젖어들 것이다. 3월에는 모든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가 노란 개나리꽃이 산천에 가득 피어나듯이, 따뜻하고 아름답게 관계로 맺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김용진 화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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