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남불’ 같은 정치판
‘자로남불’ 같은 정치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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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정신 못 차리고, 국민들에게 실망이 무엇인지 증명해준 ‘자로남불’ 같은 정치판이 걱정이다.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2월 국회는 ‘반쪽짜리’ 식물국회를 전전하다 닷새간의 국회 파행을 끝내고 상임위 일정을 정상화했다.

‘환노위 사태’에서 비롯된 여야 공방은 결국은 자기가 소속된 정당이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정치판이다. 그러나 잠복한 여야 갈등의 불씨를 고려하면 이번 정상화는 봉합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與) 쪽에서는 “야(野) 위원장이 국회를 마비시켰다.”는 주장이고, 야(野) 쪽에서는 “전 상임위 확대는 과도한 액션이다.”라는 주장이다. 정말이지 눈 뜨고는 보고 싶지 않은 추잡한 정치판의 연속인지라 마음 둘 곳이 없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날치기 논란’은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 MBC노조 탄압, 이랜드파크 부당노동 강요 등 3건의 청문회 실시와 지난해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백종문 MBC 전 미래전략본부장 고발 건을 의결했다. 이에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의결 무효화를 요구 중이다.

이번 사건은 민주당 홍영표 환노위원장이 자신의 친정인 한국지엠 노조의 채용 비리를 ‘물 타기’ 하기 위해 환노위는 물론 국회 상임위 전체를 마비시켰다는 것이다. 여야는 이번 사태와 같은 상임위원장 일방 처리의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데에는 모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파행의 원인이 된 환노위의 청문회 의결 조치를 무효화하는 문제에서 범여권과 야당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는 재가동 되었지만 당장 이달 말 종료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 문제가 더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 4당은 원내대표 회동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해 특검 연장을 승인하고 여당인 자유한국당에 대해선 특검 연장에 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야권은 황 권한대행이 특검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특검 수사기간을 120일로 연장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강성 친박’인 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로 특검연장법의 길목을 막고 있다는 점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하는 방안까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앞으로 국회 운영은 각 상임위 간사 간 합의를 존중해 진행한다.’는 여야 4당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날치기’를 강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소지는 있다.

여야는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방안, 대통령 궐위로 치러지는 대선에서 재외국민 투표를 허용하는 방안, 4월로 예정된 재보선을 대선과 동시에 치르는 방안 등 공직선거법 개정 문제를 논의 중이다.

탄핵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국민들의 소비는 줄었다. 이러다보니 경제의 선순환이 힘들어 보인다. 이럼에도 곧 다가올 수 있는 조기 대선에 몰입한 정치권, 툭하면 국민을 대신한다는 국회의원들에게서 국민들의 안위(安危)와 대한민국의 미래(未來)는 뒷전으로 밀렸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권에 고(告)한다. 이제부터는 국민을 대변한다는 그럴싸한 ‘립 서비스’와 ‘자로남불’식 정치는 그만했으면 한다. 그리고 국민들이 바보가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 ‘자로남불’이란? =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의 줄인 말.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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