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울산지역 탈북민 사회 술렁
김정남 암살… 울산지역 탈북민 사회 술렁
  • 윤왕근 기자
  • 승인 2017.02.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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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또는 무관심” 탈북자 신변안전 강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13일 피살된 것과 관련해 울산지역 탈북민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대체로 김정은이 ‘백두혈통’으로 분류되는 자신의 이복형을 제거했다는 것에 놀라움을 나타내거나 불안감을 보이는 반면, 관심도 없다는 비교적 평온한 반응이 혼재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북한을 탈출한 이탈주민 A씨는 “고위급 탈북자가 아닌 일반 탈북자들은 북한에 있을 때 김정남이라는 인물 자체를 들어보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김정은이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이나 이복형을 무참히 제거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탈주민 B씨는 “나 같은 일반 탈북자를 어떻게 하겠나 싶으면서도 솔직히 두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이 일어났던 곳처럼 공항이나 터미널 같이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장소에 가기 꺼려진다”고 토로했다.

북한에 가족을 남겨두고 온 이탈주민들의 불안감은 더하다.

북에 자녀가 남아있다는 C씨는 “매일밤 고향에 놔두고 온 아이 생각에 눈물을 떨구는데 최근 북한에서 공포스러운 일이 자주 일어나니 혹시 무슨 변고라도 생길지 걱정이 된다”며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들 마음도 똑같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 평온한 반응도 적지않다.

10년 전 울산에 정착한 D씨는 “정착 초반만 해도 핵실험을 했다거나, 도발을 해온다거나 하는 소식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이제는 솔직히 그런 것에 무뎌지고 있다”며 “열심히 일해서 돈도 벌고 성공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울산의 한 경찰서에서 탈북민 관리를 하고 있는 경찰관도 “이번 사건으로 특별히 동요되거나 과한 불안감을 느끼는 울산지역 이탈주민들은 거의 없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은 3만212명으로 울산지역에는 600여명의 이탈주민이 정착해 살고 있다. 이 중 고위급 출신으로 특별히 신변에 위해가 가해질 만한 주요인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지역 북한이탈주민 사회에 특별한 동요는 없다”면서도 “해외 방문을 가급적 자제하거나 위해 감지 시 경찰에 꼭 신고를 해달라는 알리는 등 탈북자 신변 강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김정남 피살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당국의 발표 및 여러 정보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제3국의 국제공항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자행된 이번 살인사건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행위이자 테러행위”라며 “정권유지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북한정권의 무모함과 잔학성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러한 테러행위들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모색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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