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륜아적 가족범죄, 해결책은 없나?
폐륜아적 가족범죄, 해결책은 없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1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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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살인’이란 표현이 상징하는 ‘폐륜아적 가족범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전국적 현상이지만 울산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윤리·도덕의 틀이 망가지고 인명경시 풍조가 사회 전반에 만연한 탓이라고 진단한다. 더러는 ‘사회 양극화’ 현상의 심화로 심리적·경제적 소외계층이 증가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이 모두 사회병리학적 현상이 유발하는 시대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7일은 충격적 가족범죄의 전형을 보는 듯한 날이었다. 이날 울산시 북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가정주부 A씨(37)는 초등학생인 큰아들(11)과 유치원생인 작은아들(7)을 목 졸라 숨지게 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쳤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두 아들에게 장애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망상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려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인천에서는 대학생 B씨(23)가 자신의 어머니를 끔찍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자주 나를 무시했고 가족도 나를 왕따시킨다는 느낌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 역시 같은 날 서울에서는 “형이 자꾸 구박을 한다”며 말다툼 끝에 70대 친형을 살해한 뒤 시신을 장롱에 감춘 비정한 동생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청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폐륜아적 가족범죄’는 주로 가정불화나 정신질환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6∼2014년 3월 사이 전국 존·비속 살해 사건의 원인 중 절반이 가정불화(49.3%)였고, 정신질환(34.1%), 경제문제(15.2%)가 그 뒤를 이었다. 또 2012년 982건이던 가족범죄가 지난해에는 1천119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울산의 한 가족학 전문가는 핵가족화에 따른 이기주의의 심화, 가족공동체의식 및 가족윤리의 붕괴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경제문제나 심리적 갈등에 대한 해결 또는 조절 능력의 약화도 그 원인의 하나라고 덧붙인다. 혹자는 밥상머리교육의 부재, 입시위주 경쟁적 교육의 일반화,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갈등조절능력 상실, 업적·능력 제일주의의 사회적 만연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는 폐륜아적 가족범죄의 증가 추세를 잠재울 만한 묘수를 아직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꿈도 못 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손을 놓고 있다는 느낌마저 지울 수 없다. 폐륜아적 가족범죄는 ‘꾸준하고도 적극적인 치료’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국가적 차원의 대안을 서둘러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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