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은 충격적 가족범죄의 전형을 보는 듯한 날이었다. 이날 울산시 북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가정주부 A씨(37)는 초등학생인 큰아들(11)과 유치원생인 작은아들(7)을 목 졸라 숨지게 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쳤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두 아들에게 장애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망상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려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인천에서는 대학생 B씨(23)가 자신의 어머니를 끔찍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자주 나를 무시했고 가족도 나를 왕따시킨다는 느낌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 역시 같은 날 서울에서는 “형이 자꾸 구박을 한다”며 말다툼 끝에 70대 친형을 살해한 뒤 시신을 장롱에 감춘 비정한 동생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청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폐륜아적 가족범죄’는 주로 가정불화나 정신질환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6∼2014년 3월 사이 전국 존·비속 살해 사건의 원인 중 절반이 가정불화(49.3%)였고, 정신질환(34.1%), 경제문제(15.2%)가 그 뒤를 이었다. 또 2012년 982건이던 가족범죄가 지난해에는 1천119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울산의 한 가족학 전문가는 핵가족화에 따른 이기주의의 심화, 가족공동체의식 및 가족윤리의 붕괴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경제문제나 심리적 갈등에 대한 해결 또는 조절 능력의 약화도 그 원인의 하나라고 덧붙인다. 혹자는 밥상머리교육의 부재, 입시위주 경쟁적 교육의 일반화,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갈등조절능력 상실, 업적·능력 제일주의의 사회적 만연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는 폐륜아적 가족범죄의 증가 추세를 잠재울 만한 묘수를 아직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꿈도 못 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손을 놓고 있다는 느낌마저 지울 수 없다. 폐륜아적 가족범죄는 ‘꾸준하고도 적극적인 치료’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국가적 차원의 대안을 서둘러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