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집청정’ 시인묵객 남긴 시정 되살려
울산 ‘집청정’ 시인묵객 남긴 시정 되살려
  • 강귀일 기자
  • 승인 2017.02.1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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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박물관, 우리말 번역·주석 달아 ‘역주 집청정시집’ 학술자료집 발간
▲ 역주 집청정시집(譯註 集淸亭詩集).
울산 대곡박물관(관장 신형석)이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인근에 있는 경주최씨 가문의 정자 집청정(集淸亭)을 찾았던 조선시대 시인묵객들이 남긴 한시집인 ‘집청정시집’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주석을 단 ‘역주 집청정시집(譯註 集淸亭詩集)’을 학술자료집으로 발간했다.

역주자는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성범중 교수이다. 성 교수의 관련 논고 2편도 자료집에 수록됐다.

‘집청정시집’에는 17~19세기 시인 260명 내외가 남긴 한시 406수가 수록돼 있다. 집청정 주인으로 인근의 울주 천전리각석과 울주 대곡리 반구대암각화 발견 공로자인 최준식(1909~1978) 선생이 전해 내려오던 작품들을 정리한 것이다.

시집에는 경상도관찰사를 지낸 심성희(沈聖希)와 김양순(金陽淳)을 비롯해 경상좌도병마절도사였던 최진한(崔鎭漢)·이우(李玗)·신광익(申光翼), 울산도호부사였던 홍상빈(洪尙賓)·이만유(李萬維)·윤취함(尹就咸)과 경주부윤(7명), 언양현감(2명), 동래부사(4명), 양산군수(4명) 등 지방관과 유배객, 지역 선비, 승려들의 시가 실려 있다.

반구대는 고려 때 언양 요도에 유배 중이던 포은 정몽주(圃隱 鄭夢周, 1337~1392)가 찾아와 시를 남겨 포은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곳에 포은과 이언적, 정구 등 삼현을 배향한 반고서원(지금은 반구서원)이 세워진 것은 조선 숙종조인 1712년이었다. 집청정은 그 이듬해인 1713년에 건립됐다. 집청정을 건립한 인물은 최신기(崔信基, 1673~1737)이다. 현재의 건물은 1932년 중건한 것이다.

성범중 교수는 ‘집청정을 통한 문학적 교유와 소통’이라는 논고에서 “집청정은 자연스럽게 이 고장에 거주하는 인물 사이의 문학적 교유뿐 아니라 이 지방 사람과 타지방 사람 사이의 교유, 또는 타지방 사람들끼리의 교유를 매개해 주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됐다”며 “이는 전국에 산재하는 정자와 원림, 어느 곳에서나 전개됐던 매우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현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곡박물관 신형석 관장은 발간사에서 “이번 학술자료집이 집청정과 반구대의 한문학, 이곳을 중심으로 이뤄진 사람들의 교유관계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지난 40여년간 울주 대곡리 암각화에 가려져 있던 본래 반구대에 대해서도 올바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자료집은 관내의 도서관·박물관·문화원 등과 전국의 주요 박물관 및 기관에 배포한다.

대곡박물관은 2015년 작괘천 작천정에 대한 한문학을 집대성한 ‘울산 작괘천 작천정에서 꽃핀 한문학’을 발간한 데 이어, 이번에 ‘역주 집청정시집’을 발간하게 돼 서부 울산지역의 대표적 명소인 북구남작(北龜南酌, 북쪽은 반구대 남쪽은 작괘천)의 한문학에 대해 조명할 수 있게 됐다. 강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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