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관광의 꿈’… 여건부터 갖춰야
‘고래관광의 꿈’… 여건부터 갖춰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1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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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비를 합쳐 한 마리에 1억원씩 들여 수입한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큰돌고래(이하 ‘돌고래’) 2마리 중 1마리가 극진한 보호에도 나흘 만에 숨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돌고래를 밑천삼아 ‘고래관광’의 꿈을 키우려던 남구로서는 공든 탑이 무너져 내린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돌고래의 폐사는 ‘예견된 인재’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관계자 설명을 통해 드러난 어설픈 보호·관리 시스템이 이러한 지적을 뒷받침해 준다. 김석도 장생포 고래박물관장은 14일 4∼5년생 암컷 돌고래 1마리의 폐사 소식을 전하면서 경위도 같이 설명했다.

김 관장에 따르면 13일 오전 9시30분쯤 고등어 1.3kg을 먹었던 문제의 돌고래가 오후 2시 이후 먹이를 거부하더니 밤 9시15분쯤 끝내 숨졌다. 체험관 측은 수의사를 불러 먹이 거부 이유를 캐려 했으나 실패했고, 뒤늦게 혈변이 발견되자 오후 3시30분쯤 다시 수의사를 불러 응급치료를 시도했지만 허사로 끝났다.

안타까운 것은 돌고래를 제대로 보살필 만한 자격을 갖춘 수의사를 쉽사리 구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 이유에 대해 고래생태체험관 관계자는 △돌고래 전문 수의사가 국내에 없고 △전속 수의사를 고용할 예산이 넉넉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대안이 ‘개인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촉탁직 수의사’나 고래연구센터 연구사에게 의존하는 방안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2009년 개관 이래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 10마리 중 6마리(성체 4, 새끼 2)가 폐사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쉬쉬 하는 일이 많다 보니 ‘밀실행정’이란 지탄을 남구청이 받기도 했다. 결과론이지만 돌고래 폐사로 인한 ‘예산 낭비’만 해도 적은 액수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거두어 담기는 힘들다. 그러나 진솔한 반성은 보약이 될 수도 있다. 남구는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그리고 뼈아픈 반성을 통해 ‘고래관광’의 꿈을 다시 키워 나가길 바란다. 그 지름길은 돌고래가 제대로 살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충분히 갖추어 나가는 일일 것이다.

아울러 구청장을 비롯한 남구 관계자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자세를 남구주민과 울산시민, 그리고 동물보호단체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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