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 편지]크라우드 펀딩, 두 계절의 인연
[마을기업 편지]크라우드 펀딩, 두 계절의 인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1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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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바다 건너 유채의 노란 꽃망울 소식이 날아오고 바람의 온기가 봄을 나르는 느낌이 몇 날 이어지더니 입춘 덕담들이 오고갔다. 뭍에선 봄을 알리는 통도사 자장매가 봄소식을 화사하게 북쪽으로 밀어올린 지 몇 날이 흘렀다. 봄은 매 해 바람부터 먼저 보내기에 경직된 몸과 마음의 빗장을 풀고 주위를 보면 어느 순간 변화한 세상에서 새로운 계절이 당도했음을 느끼게 된다.

미련 많은 겨울이 부지런한 봄꽃에 한두 차례 샘을 내는 애교쯤이야 부리겠지만 서둘러 자신의 길로 갈 것이다.

그렇게 입춘도 지나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덕담들이 오고갔던 어느 날, 여전히 바람은 차갑지만 햇살만큼은 넉넉해서 이제나 저제나 창고로 넣어볼까 하던 겨울 짐들에 눈길이 한 번 더 가던 그런 어느 날, 우리 일행은 온풍기를 들고 지역아동센터 두 곳을 다니게 되었다.

거리 상점가는 꽃 분홍에 나풀거리는 인테리어들로 봄단장을 하고 “입춘대길”이란 글자를 선명하게도 써 붙였는데, 우리는 온풍기에 입춘대길을 붙여 전달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닌데도 이러저러한 연유로 입춘을 맞이하고 말았다.

다시 돌아올 새 겨울을 위해 이른 겨울단장을 하시라는 농 섞인 진담을 덤으로 건네었다.

그렇게 때 이른 난로를 기증하러 다녔던 이른 봄날. 우리 일행의 주인공인 예오름 협동조합과의 인연이 새삼 흥미진진하다. 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동분서주해야 하는 공동체사업을 만 6년이 넘도록 기획하고 진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업은 곧 사람’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확신에 차서 말하는 필자로서는 인연이라는 것에도 나름대로 생각의 틀이 생기는 것 같다.

그녀들과의 만남은 우연이라고 보기엔 참 정겹고 소박해서 첫 대면 때부터 서로가 스스럼없이 친화력이 생겼던 것 같다.

이웃집 아낙네들 모임 같았다는 정감의 표현을 쓴다면 내심 흠칫거릴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7월 울산광역시 중소기업 제품 전시관이 문을 열고 지역의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제품들을 전시하고 홍보하며 사업 상담을 상시적으로 시작한 이래 시민들의 상담이 크게 늘었다. 물론, 사회적경제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루지만 다양한 일자리와 내담자 개인적 관심사에 대한 연관성 있는 상담도 있는지라 상담의 빈도가 전시관 개관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차이가 있는 게 현실이다.

예술의 경지에 오르겠다는 여섯 명의 서체동아리 회원들 역시 많은 내담자들 중 한 팀이었고, 차이가 있다면 전체 회원이 함께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사업으로 연계시켜 마을기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갈망을 지녔다는 것이다.

상담자인 필자로서는 그들이 지닌 창의적 사고와 사업에 대한 확장적 호기심을 믿고 사업 공모 이전에 사전육성을 결심할 수 있었다. 상담을 통해 협동조합을 권했고, 조합을 구성한 뒤에는 행자부 커뮤니티 벤처 마을기업 사업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행자부 장관상 수상부터 크라우드 펀딩까지 인큐베이팅을 하면서 나름대로 긴 시간을 함께 소통해 왔다.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동안 ‘오마이컴퍼니’의 온라인 펀딩 절차가 익숙하지 않았던 많은 분들의 관심이 낮아지면서 펀딩 완료 기일이 늦어지게 되었고, 덕분에 지역아동센터에 기증하겠다던 난로는 겨울을 지나 봄소식이 한창일 때 기증하게 되었다. 그동안 여러모로 애 써준 예오름 협동조합에 무한한 신뢰와 앞으로의 기대를 담아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겨울과 봄 두 계절을 보내고 맞으며 맺은 인연이 어디 예오름 여섯 작가뿐이겠는가! 전국에서 펀딩에 힘을 보태준 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를 기억하고 또 기억한다. 펀딩 성공일이 늦어지면서 SNS를 통해 쇼셜네트워크의 힘을 빌렸으니 필자 또한 가치 있는 목표를 두고 진행하는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에 지역을 넘어선 참여로써 갚을 것이다.

또한, 지역아동센터와의 인연이 더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인연이라 함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라는 뜻과 함께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이라는 사전적 의미도 있다. 겨울과 봄 두 계절에 걸쳐 펀딩을 진행하고 기부자와의 약속을 이행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이 가져다준 인연들이 새삼 고맙고 귀함을 깨닫게 된다.

<박가령 울산경제진흥원 마을기업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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