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댐(underground dam)을 아시나요?
지하댐(underground dam)을 아시나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07 2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층에 괸 물을 이용하는 지하댐을 알게 됐다. ‘대곡리 반구대암각화’를 물속에서 건져낼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 귀가 크게 열리고 뇌리에 박혔다.

울산에서는 어느 자리를 가더라도 정치, 교육 이야기에 버금갈 만큼 ‘대곡리 반구대암각화’이야기를 많이 한다. 주요 이슈는 “국보 285호 대곡리 반구대암각화를 물속에서 건져내야 하는데 방법이 뭐냐?”와 “부족(?)하다고 하는 식수문제 해결을 위한 수원(水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여기에 더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암각화의 원형 보전은 물론 주변 지형이나 경관을 망가뜨리면 안 된다”는 전제가 깔린다.

답은 정해져 있다. “물로부터 암각화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이다. 그러나 풀이 과정이 어렵다. 가변형 물막이 댐(카이네틱 댐)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지자, 울산광역시와 울주군은 또 다시 용역을 발주했다고 한다. 보존 방안을 찾는 것인데 어떤 내용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수위 조절’ 안과 ‘생태제방’ 안에 대한 용역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사연댐 수위 조절 안은 울산시의 ‘식수 부족(?)’ 주장에 기를 못 펴고 있다. 수자원공사와 시에 따르면 차바 태풍 때 말고는 계속 수위를 조절하고 있고 낙동강 원수 구입도 거의 안 했다. 이 상황에서도 울산시 전체 어디에도 제한급수를 하는 데가 없다. 물이 정말 부족한 것일까? 고민할 때 ‘지하댐’을 누가 소개해 준다. 지하수의 흐름을 막아 땅속에 차수벽을 설치하고 고인 물을 양수기로 퍼내서 사용하는 방식이란다. 국내에도 상주, 영월을 비롯한 많은 곳에서 설치해 운영한단다. 지상에는 양수시설 정도만 보이기 때문에 토지 이용에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다만 토질이나 지질 상태를 측정해서 가능 지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연댐 지류 몇 곳에 지하댐을 만들어 현재의 사연댐 저수용량만큼 감당할 수 있다면 현상유지는 된다. 이곳이 안 된다면 다른 하천 몇 곳에 설치, 운영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건설토목 쪽은 문외한이라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르지만 상식적인 판단이다. 지하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고 한다. 생태제방을 쌓는 것만큼 토목공사가 되니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울산시 자체 수원만 확실하게 보장되면 사연댐을 허물 수도 있다. 갈수기 수량만 확보된다면 바위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식수댐을 허무는 세계적으로 위대한 도시이자 시민이 될 수 있다. 올해 400만 명을 예상하는 울산 관광객이 아마도 1천만 명 이상은 오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사행천(蛇行川)이 만들어 내는 경치인 대곡천의 구곡(九曲)도 온전하게 펼쳐진다면 트래킹 관광 코스로 전 세계인이 찾을 것이다. 암각화 조성 당시의 환경으로 되돌릴 수 있게 된다. 사연댐 주변의 지질이나 토양이 지하댐 설치에 부적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울산 전체를 조사하고 가능한 지역에 설치해서 사연댐을 대체할 수도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과 판단을 제안한다.

국보 285호 대곡리 암각화는 국가 보물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재를 관리해야 할 문화재청이 지방자치단체에 일을 미루고 모른 척하는 것을 두고 ‘국가의 직무유기’라는 사람도 있다. 먹는 물 문제도 국가가 책임질 일이라는 사람도 있다. 울산광역시가 알아서 해야 하는데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식이다.

국가가 미룬다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가의 직무유기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가를 상대로 울산광역시와 시의회, 시민, 전문가들이 뭉쳐서 의견을 개진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함께 의논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우리의 고통이자, 미래 후손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수돗물을 가장 적게 쓰는 울산시민들인지라 물 절약부터 실천할 수 있다. 그리고 대체수원을 울산 밖이 아니라 울산 안에서 함께 찾아야 한다. 빗물 활용도 암각화를 건져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하댐 설치 운영도 대안의 전부는 아니라 해도 명분 있는 대안이 될 수는 있다.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서 의논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물론 대곡리 반구대암각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울산광역시와 시민들은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치열한 토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