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암(쌍바위) 이전사업에 즈음하여
낙화암(쌍바위) 이전사업에 즈음하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0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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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목고개를 넘어 동구에 이르러 남목삼거리 다음에 한채4거리를 지나면 왼편으로 현대중공업이 일산동까지 이어진다. 동구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왼편 담장 너머에는 공장이 있겠거니 하고 무심코 지나치지만 동편 바닷가는 옛적에 해수욕장이면서 만이 형성되어 있는 곳으로 미포만, 전하만, 일산만이 나란히 있었다.

그 중에서도 미포만은 ‘낙화백사(落花白沙)’라 하여 ‘동면8경(東面八景)’의 하나로 불리었고 홍상도와 명사십리가 이어지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명승지였다. 푸른 바다를 앞으로 은빛 같은 모래밭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 가운데에 우뚝 솟은 바위섬이 있었는데 이곳에 애절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신라 때쯤 관료들이 야유회를 왔다가 아름다운 풍광에 심취되고 취흥에 젖은 한 여인(기녀)이 순식간에 아차 실족하여 목숨을 잃었다. 이때 그녀의 붉은 치마가 파도에 쓸려 바위에 걸렸다 하여 ‘홍상도’라 부르고 그녀가 떨어졌다는 바위를 ‘낙화암(기여암)’이라 부른다. 또한 그녀의 푸른 저고리가 바닷물에 밀려 나타난 곳을 ‘녹수금의’라고 부르게 된다. 이러한 내용은「울산부여지도신편읍지」(1786),「영남읍지」(1871), 이용우의「울산승람」 (1955) 등 고문헌에 기록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바위와 관련한 전설은 전국에 부지기수로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바위의 형상이나 주변 상황에 스토리를 억지로 짜 맞추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홍상도 전설은 다르다. 바위색이 홍색이라는 점은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치가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유람 왔을 것이고 유람객들이 아름다운 풍광에 심취되어 취중이든 아니든 실족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 전설이 추구하는 역사성과 사실성에 모두 근접하고 있는 의미 있는 전설이라 하겠다.

그러나 전설은 전설로 끝나지 않는다. ‘녹수’라는 명칭은 지금도 동구지역에서 마을 이름이나, 학교, 상호, 각종 모임에 쓰이면서 동구민과 함께 널리 사용되고 애칭되고 있어 현실적으로 실용성 있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또한 낙화암에 새겨진 암각시는, 안타깝게도 일부는 멸실되었으나, 그 일부가 전사, 보존되어 주인공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추모의 정과 세월의 무상함을 애절하게 노래하고 있다. 홍상도는 이러한 문학적 내용과 아름다운 바위섬의 분위기를 함께 엮고 있어 많은 사람들과 묵객들이 찾고 감상하고 회상에 젖었던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사유로 홍상도(낙화암)는 지역 자연문화재급으로서 위상을 갖춤은 물론 손색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러한 전설을 담고 있는 홍상도(낙화암)는 현대조선소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모두 파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반세기가 되어 가는 지금 낙화암 위에 있던 쌍바위는 어느 사가에 소장되어 있었고, 한시가 새겨진 낙화암 일부는 현대중공업 영빈관에 소장되어 있다가 근래 동구청과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구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정말 잘 된 일이고 환영할 일이다.

동구청에서는 올해 전설 속의 바위인 암각시가 새겨진 쌍바위를 다른 곳으로 옮겨 설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어디에, 어떻게 설치하느냐다.

이전 설치할 장소는 본래의 위치에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곤란하고, 차선의 장소를 물색해야 하는데 필자는 감히 일산해수욕장을 추천하고 싶다. 일산해수욕장은 백사장과 만, 그리고 주변 마을 등 지형의 형상이 미포만과 대동소이하여 수중혼이 된 주인공이 새 자리를 잡기에 낯설지 않은 곳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포만과의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다는 점과 일산해수욕장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어서 효과와 접근성 모두 좋단느 점을 감안할 수 있다. 그밖에도 대왕암공원이나 슬도, 동구청, 새로 건립되는 복합문화관도 설치장소로 고려해 봄직하다.

다음은 어떻게 설치하느냐다.

최선의 방안은 원상회복이나 이것 또한 쉽지는 않다. 홍상도(낙화암)는 규모가 커서 실물 그대로의 복원은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축소를 해서라도 원형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쌍바위를 받치고 있는 낙화암은 그렇게 크지 않기에 원형 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암벽에 새겨진 한시도 복원했으면 한다. 또, 가능하다면 낙화암 주변에 붉은 치마와 푸른 저고리를 입은 처녀상을 제작하여 낙화암을 바라보거나 바다를 바라보는 청동상을 세워봄도 고려해 봄직하다.

낙화암에 새겨진 한시에는 마을 사람들과 묵객들이 주인공(기녀)의 환생을 얼마나 염원했는지 ‘마고할멈’을 불러 기녀를 등장시키는 대목이 나온다. 전문가, 향토연구가, 다양한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복원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서 사업 결과가 모두에게 찬사를 받고 좋은 결실을 맺어 관광 동구에 일조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김수종 울산광역시 동구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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