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작 ‘졸업(卒業)’
또 다른 시작 ‘졸업(卒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0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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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2월이면 중·고등학교는 물론 여러 학습장의 졸업식이 예정돼 있는 ‘졸업 시즌’이다. 옛날의 졸업식은 전교생이 참여한 가운데 선후배의 따뜻한 정을 교감하는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행사였다.

하지만 최근의 졸업식은 과거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후배들의 신나는 축하공연은 물론이고 가족들과도 신나는 행사 분위기로 졸업식이 진행된다.

옛날 초등학교 졸업식 날의 한 장면이 스친다. “빛나는 졸업장을 받은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보내드립니다” 하는 졸업식 노래가 생각난다.

곧 이은 졸업생의 송사와 재학생의 답사에 훌쩍이던 여자 친구들 기억이 새롭다. 예전에는 ‘졸업’ 하면 꽃 선물이 대표적이었다. 졸업식 날 다른 선물 다 줘도 꽃 선물 안 하면 ‘앙꼬 빠진 찐빵’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기념사진 찍을 때 꽃다발 하나 들고 있지 않으면 너무 썰렁할 것 같았다.

우리네 인생은 다양한 졸업을 경험한다. 통상적으로 그 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 군 생활 제대 등 많은 시작과 졸업을 반복하며, 졸업 연습을 한 끝에 가장 길었던 기간의 주된 직장에서 ‘은퇴(隱退)’라는 졸업장을 받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마지막 퍼즐이 종료되면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란 저승사자와의 만남이 기다린다.

졸업(卒業)이란 학생이 학교에서 요청하는 교육을 모두 끝내고 학교를 떠나가는 것으로, 정규 학교뿐만 아니라 이에 준하는 각종 교육기관에서도 졸업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입학 후 학교에는 다녔으나,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지 않고 중도에서 끝마치는 경우를 흔히 수료(修了)라 한다.

졸업증서는 졸업식이라는 일종의 의식(儀式)을 거쳐서 학생에게 전달된다. 졸업은 다음 단계의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직 등에 필요한 하나의 수단이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하고 그동안 쌓은 형설의 공을 치하하며, 앞으로 개인의 장래와 사회·국가 발전에 공헌해 달라는 부탁을 학생들에게 하기 위해 대개의 경우 성대한 졸업식을 거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행사이기는 하지만, 교사들은 학생들이 성숙해서 나가는 것에 대한 기쁨과 함께 졸업생들의 진로에 대한 염려스러운 느낌을 갖게 되며, 학생들은 학교를 끝마치고 나가는 해방감에서의 기쁨과 함께 수년간 정들었던 학교와 선생님들,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졸업은 졸업증명서와 학위를 받아서 나가는 형식 이외에 인간으로서의 희열과 애환이 교차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대학교의 졸업식장을 찾다보면 교수들의 엄숙한 모습은 여전하나 식장 안의 분위기는 스산하다. 졸업식장으로 쓰이는 강당이나 체육관 안에는 각 단과대학별로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으나, 그 자리를 채우는 졸업생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석사학위나 박사학위를 받는 사람들 그리고 특별히 상을 받는 수상자들이나 앞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식장 바깥은 교정 곳곳을 돌아다니며 기념사진 찍기 바쁜 졸업생들과 가족들로 활기가 있다. 졸업식에서는 점차 캠퍼스를 떠나는 이별의 아쉬움도 없고 즐거운 추억거리도 없으며, 경건함은 더군다나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졸업식은 졸업하는 졸업생 모두에게 소정의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한 것을 격려하고 상급학교 진학 또는 사회인이 되는 것을 축하해주는 자리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졸업은 종료가 아닌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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