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원칼럼] 반려견 엄마의 고백 ②
[노예원칼럼] 반려견 엄마의 고백 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0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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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명절 관련 뉴스 속에 재미난 댓글을 보게 되었다. “명절에 조상 덕을 본 사람들은 해외여행 가고 없어. 조상 덕을 제대로 못 본 사람들이 음식상 앞에 절하고 집에 가서 마누라랑 싸우곤 하지.”라는 글에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인 말이라며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이는 비단 부부 사이의 일만은 아니다. 어느 대학에 붙었는지, 직장은 구했는지, 연봉은 얼마인지, 도대체 결혼은 언제 하는 건지. 이런 대화가 오가는 명절은 가족 화합의 장이 아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시간들이 되기 쉽다.

필자는 이런 일이 생기는 원인이 해선 안 되는 말과 행동은 자주 하고 정작 해야 되는 말과 행동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럴 때 사람들 사이는 더욱 멀어지고 오해는 깊어만 간다. 지난번 칼럼에 이어 ‘반려동물 입양 시 해야 할 말과 행동’을 다룰 오늘 주제 역시 같은 맥락이다.

사람과 동물 간에는 인간의 언어가 통하지 않기에 반려동물이 입는 상처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이 크지 않을까. 지난번 칼럼에서처럼 강아지를 입양하기 위해 부모견이 보는 앞에서 마지막 남은 새끼 강아지마저 빼앗아 가는 일은 실로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다.

지난해부터 공장 식으로 사육되다 죽어가는 농장견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많은 분들이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농장견 출신 강아지는 상품처럼 진열되어 팔려가지만 이것도 수요가 없으면 공급 역시 차차 없어진다. 아직 관련 법규가 없는 이상 우리 스스로, 이왕이면 유기견 출신 강아지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장견이 아닌 가정견 또는 유기견 출신 강아지를 입양한다면 반드시 아래 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는 보내는 곳에서도, 데려오는 곳에서도 ‘해야 할 말과 행동’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이 있다. 먼저 보내는 곳에서는 부모견이 자견을 훤히 볼 수 있는 베란다나 유리창, 혹은 함께 오픈된 공간에서 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속한다.

어린 새끼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일은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도 결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만약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보호자와의 신뢰관계에 금이 가고 상처를 받아 짖음, 공격 등의 행동문제나 우울증 같은 심리문제는 물론이고 신장이나 심장 관련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 보이지 않는 옆방에 부모견을 가두면 어떨까?라고 생각한다면 동물상담사 과정을 공부해야 할 분이라고 본다.

식육목 개과에 속하는 견은 본디 청각과 후각으로 살아가는 개체이다. 청각은 4만∼6만5천헤르츠까지 들을 수 있고 후각 역시 견종에 따라 인간보다 100배에서 1천 배까지 발달해 있다. 쉽게 말해 아파트 7층에서 같은 라인 1층에서 우는 아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반경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냄새도 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즉 옆방에 두는 것이 효과 있는 행동은 결코 아닌 것이다. 어차피 새끼를 보내는 가슴 아픈 경험을 감수해야 한다면, 어찌해도 상처는 받겠지만, 눈앞에서 보호자의 손에 의해 새끼가 사라지는 최악의 사태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찌 하는 게 좋을까? 견의 청각과 후각의 영역을 벗어나는 거리에서 입양 절차를 밟는 것도 그나마 덜 상처받는 방법 중의 하나이겠다. 다만 새끼를 안고 현관문을 나가는 모습을 부모견이 본다면 돌아올 때 새끼가 없는 모습에 ‘내 아기를 버리고 왔나…?’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으니 나갈 때는 부모견이 볼 수 없도록 다른 가족들의 도움을 받거나 주의를 돌린 사이 데리고 나올 것을 추천한다. 다만 견의 시야각이 최대 270도로 거의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있다고 보면 된다. 등을 보인다고 해서 안 보이는 것은 것이 아니니 주의를 돌릴 계획이 철저해야 한다.

또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입양시기’이다. 새끼 강아지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면 최소 3개월 후에 입양할 것을 추천한다. 입양자 역시 너무 어린 강아지만 찾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몸도 마음도 건강한 강아지를 데려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번엔 명심해야 할 지침이 있다. 새끼를 잃은 부모견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과 단백질 공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메뉴에는 닭죽이 있다.

필자도 동물병원에서 근무할 때는 환자들을 위한 닭죽 공급을 최우선 순위의 직무로 생각했다. 병원 원장님 역시 “동물은 약으로 낫는 것이 아니라 밥으로 낫는다.”라고 했다. 사료만 먹이는 강아지라 하더라도 인공식품은 자연식품의 영양이나 효과를 따라가지 못하니 이 점을 반드시 참고했으면 한다. 다만 포유동물 중 잡식성인 견이라 하더라도 그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접했을 때 설사나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수 있으니 이 점은 수의사와 상담하는 것도 좋겠다.

지금까지는 강아지를 입양 보내는 쪽의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하지만 강아지를 입양하는 쪽의 주의사항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만 이는 개인 가정의 환경이나 가족구성원의 생활 패턴에 따라 방법이 다르니 동물전문가에게 상담 받을 것을 권유한다.

<노예원 한국반려동물상담센터 동물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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