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달걀세례’ 사라지는 졸업식
‘밀가루·달걀세례’ 사라지는 졸업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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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와 달걀로 뒤범벅된 교복을 입고 (혹은 알몸으로) 도로를 누비는 학생들의 모습, 그 광경에 눈살 찌푸리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 익숙한 졸업 풍경이 돼 버렸습니다.” 1년 전 ‘전국 교육뉴스’에 실린 글의 일부다. 이 글에서 경기도 한 고등학교의 김지영 교사(당시 41)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이 힘든 순간을 넘긴 서로를 축하하려고 시작한 행사라고 해도 요즘은 그 폭력성이 도를 넘긴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돼요.” 이른바 ‘진상 졸업식’을 안타깝게 여기는 글이다.

교육계에서는 과격한 일부 청소년들의 졸업식 뒤풀이 문화가 2000년대 초반 무렵에 유행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 동기는 김 교사의 생각대로 순수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경계가 갈수록 허물어져 ‘학교폭력’ 수준으로 악화된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선·후배들이 졸업생의 옷을 강제로 벗겨 교복을 찢거나 도로 한복판에서 밀가루·달걀 세례를 퍼붓거나 으슥한 곳에서 금품을 빼앗는다면 이는 순수성과는 거리가 한참 먼 행위일 뿐이다.

경찰이 이 점에 주목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7일부터 23일까지 울산지역 초·중·고교 236개 학교(98%)가 졸업식을 가짐에 따라 청소년들의 일탈행위 예방 차원에서 교사들과 함께 교내·외 생활지도와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학교 측의 요청이 있거나 폭력적 뒤풀이 발생이 우려되는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전담경찰관을 배치해 예방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은 특히 일부 청소년들의 일탈행위가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찰에 따르면 졸업식 뒤풀이 도중 신체에 밀가루를 뿌리거나 날달걀을 던져 괴롭히면 ‘폭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닌데도 특정 학생을 못 견디게 괴롭힌다면 다치지 않더라도 폭행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또 졸업식 뒤풀이를 한다며 돈을 빼앗는 행위는 ‘공갈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예방활동으로 후진적 졸업식 문화가 사라지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한다.

경찰과 교육계의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최근에는 올바른 졸업식 문화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계란세례’ 졸업식 대신 선생님이 아침밥을 지어 제자들에게 주는 졸업식이나 학교전담경찰관이 어울리는 ‘춤추는 졸업식’ 처럼 이색적이고 창의적인 졸업식이 고개를 든다는 소식이다. 그런데도 일부 청소년은 과격한 뒤풀이 문화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다. 이 점 교사와 학부모, 졸업생과 선·후배 모두가 유념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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