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엿뉘엿 지는 붉은 노을… 어둠을 품는 아늑한 풍경
뉘엿뉘엿 지는 붉은 노을… 어둠을 품는 아늑한 풍경
  • 김미선 기자
  • 승인 2017.02.0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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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이 있는 창원여행

▲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의 장구마을 앞 포구의 작은 섬들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매년 새 해를 맞이하며 동해안에 접해있는 울산에서는 흔히 해맞이 나들이에 나선다. 굳이 마음먹고 일정을 잡지 않더라도 자가 운전자라면 당장 내일이라도 조금 일찍 일어나 잠시 바닷가에 들려 파란 바다위로 떠오르는 해를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아침잠을 조금 줄이고 좀 더 바지런을 떨어야 하고, 보너스로 날씨가 좋아야 하지만 그 정도로 동해바다의 해돋이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새해를 맞고 한 달여, 늘 떠오르는 해만 보다 바다 위로 지는 해가 보고 싶었다.  

낙조, 바다에서의 일몰을 떠올리면 서해가 떠오른다. 하지만 지리적인 위치상 해지는 것을 보겠다고 훌쩍 길을 나서기에는 그 거리가 만만치 않다. 울산에서 가깝고 바다 위로 지는 해를 관망할 수 있는 곳, 그러면서도 동해와는 다른 정취를 보여주는 곳, 그곳이 바로 경남 창원시에 속한 진해구와 마산합포구다. 울산시청을 출발해 자가운전으로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두 바닷가에 닿을 수 있다. 먼저 찾은 곳은 굽은 산길을 넘어 제철 맞은 굴을 파는 가게들이 드문드문 들어선 좁은 길 끝에서 만나는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 장구마을이다. 

▲ 반사되는 빛이 아름다운 남해바다.

 다도해라는 지리적 특징을 가진 남해안답게 포구 앞바다에는 전통악기 장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장구섬을 비롯한 크고 작은 섬들이 여기저기 자리해 시원하게 시야가 트이는 동해안과는 또 다른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일출을 보기에는 춥고 맑게 게인 날이 좋지만 일몰을 보기에는 파란 하늘에 구름이 뭉게뭉게 펼쳐진 날이 더 아름답다. 하지만 이날은 옅은 구름층이 하늘 전체를 뒤덮었고, 태양은 그 구름 속에서 옅은 빛을 내리며 사그라졌다. 머릿속으로 그리며 간 일몰의 풍경은 아니지만 포근한 포구에 붉게 노을이 깔리고 해가 사라지는 속도만큼 주변의 모든 것들이 어둠속으로 잠기어 가는 풍경은 아늑하기 그지없다.

▲ 창원시 진해구 행마마을 폐철길이 늘어선 포구의 일몰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있다.

장구섬의 일몰이 고요함과 아늑함이었다면 진해구 행암마을의 일몰은 좀 더 활기차다. 벛꽃이 펼쳐진 철길이 유명한 군항제의 지역답게 바닷가를 따라 폐철길이 펼쳐진 진해군 행암마을은 장구섬보다 찾기가 쉽다. 짠내 나는 바닷바람에 벌겋게 부식 된 철길을 따라 작은 어촌마을의 포구가 펼쳐지고, 부둣가엔 여행객들을 위한 그림들과 편의시설들이 설치 돼 있다. 아직 찬 겨울의 바람을 맞으며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친구나 가족, 혹은 강아지와 산책에 나선 사람들의 발길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장구섬 일몰이 혼자서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곳이었다면 이곳은 함께 찾은 이와 철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거나 포구 끝 나무데크 위를 걸으며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작은 어선들을 보며 하루를 마감하는 모습을 보기에 좋은 곳이다.

행암마을에서 멀지않은 곳에 진해해양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해양생물이나 에너지, 로봇 등 다양한 전시물이 자리하고 해안가를 따라 작은 섬까지 산책로를 가진 공원인지라 가족단위로 찾는 여행객들이 많은 이곳엔 진해인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솔라타워가 자리하고 있다. 해가 빨리 저무는 12월~1월 무렵에는 이 타워에서 보는 일몰도 멋지다고 하지만 일몰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요즘은 6시까지 개방하는 타워에서 일몰을 보는 것이 쉽지는 않다.

▲ 솔라타워에 탁트인 바다의 모습을 보기 위한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굳이 일몰이 아니더라도 해가 뉘엿뉘엿해 질 무렵 바다위에 생겨나는 반짝임들과 작은 섬들이 펼쳐진 남해안을 보기위해 방문해보는 것 도 충분히 만족스런 곳이다. 떠오르는 해의 이미지는 그렇다. 시작, 출발, 역동적. 밝아오는 빛으로 인해 모든 것들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일출과 달리 일몰은 내 시야의 비친 모습을 처음에는 실루엣으로 그리고 점점 어둠속에 잠기게 만들고, 그 사그라짐에서 오는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바지런을 떨지 않아도 된다. 조금은 늦잠을 자고 때로는 게을러져도 일몰을 볼 수 있다. 조용히 어둠속으로 사위어가는 바닷가에 앉아 한번쯤 내가 맞이한 올 한해를, 계획한 대로 잘 살고 있나 곰곰이 생각해봐도 좋고 그 조차 귀찮으면 그냥 앉아 흔히 말하는 멍을 때려도 좋다. 붉은 노을이 깔려오는 해안가에서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 짓는 것만으로도 일몰을 보기위한 여행은 일상에 쫒기는 이들에게 작은 힐링을 선사한다.

글/사진=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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