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학 칼럼] '몽유도원도'를 보면서
[손종학 칼럼] '몽유도원도'를 보면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2.0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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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어느 블로그에 있는 「몽유도원도」를 우연히 볼 기회가 있어 감상했다. 그림을 감상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미술에 대한 식견이 짧아서 이해가 높지는 않다. 하지만 이 그림은 조선 초기를 대표하는 거장 안견의 기량을 넘어 조선 최고의 명화이자 조선 초기의 문화 수준을 가늠 해볼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아쉽게도 이 그림은 일본으로 유출되어 현재 덴리(天理)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지난 1986년 여름과 1996년 겨울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조선 초기 서화전’과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조선 전기 국보전’을 통해 국내에서 공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몽유도원도」는 대조적인 구도로 나누어 그려져 있다. 두루마리 그림을 펼치면 왼쪽은 현실의 세계, 오른쪽은 환상적인 꿈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속의 현실 세계는 부드럽고 낮은 야산, 꿈의 세계는 기이한 형태의 기암괴석의 산으로 뚜렷하게 나뉜 채 그려져 있다. 그림에는 안평대군이 직접 쓴 그림의 제목(題目), 발문과 함께 김종서, 신숙주, 정인지, 성삼문 등 세종시대의 학자 21명이 쓴 제시(題詩)가 덧붙여져 있다.

그림은 안평대군의 아름다운 꿈의 세계를 그린 것으로 안견이 의뢰받은 지 3일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조선 초기에 자신의 서체를 유행시킬 정도로 명필이었던 그는 글쓰기뿐 아니라 그림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안평대군은 서른 살 되던 해인 1447년 음력 4월 20일, 복숭아밭에서 노는 환상적인 꿈을 꾼다. 꿈속에서 박팽년과 함께 말을 타고 기암절벽과 구불구불한 냇가를 따라 계곡으로 들어가니 사방이 높이 솟은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마을에 초가와 대나무 숲이 있고, 복숭아밭에 붉은 노을이 떠오르는 가운데 그곳에서 즐겁게 뛰어놀다가 잠이 깼다는 이야기다. 대군은 자신의 꿈을 그린 몽유도원도가 자신의 운명을 예언한 것이라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꽃밭이 자신의 수목장을 치르게 될 장소이며, 아름다운 꽃잎이 자신의 주검을 덮어줄 명정이 되리라는 걸 알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 그림 한 폭이 현실 세계와 환상적인 꿈의 세계로 나뉘어져 있듯이 찬탄의 제시를 쓴 21명의 학자들도 운명이 나누어진다. 안평대군과 죽임을 당한 김종서, 성삼문, 이개 등과는 달리 수양대군을 따라 자손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린 정인지, 신숙주 등의 삶은 행복했을까? 어떻게 사는 게 도리(道理)인지?

문득, 그림을 보면서 지금의 정치 현상이 겹친다. 우리 민족의 정치성이 그러한지,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권력을 잡기 위해 서로 죽이고 싸우는 행태가 어찌 그리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지?

또,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역대 대통령을 따르던 측근들의 정치 행로가 어찌 그리 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지? 우리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시민들이야 권력의 달콤함을 어찌 알까마는, 정치인들이 벌과 나비가 꽃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듯 이 당 저 당으로 이합 집산하는 것을 보며 씁쓰레함을 넘어 분노마저 느낀다. 언론은 우리나라 정치를 ‘3류’라고 부르기도 아깝다며 ‘5류’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어리석은 바람일지는 모르나 정치인들이 어떻게 하는 것이 광장의 촛불집회 이후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정치도의(政治道義)에 부합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길 기대해 본다. 「몽유도원도」를 보면서 안평대군의 찬란한 슬픔이 내 가슴을 에게 한다. 사람이 자기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질없는 상상도 해 본다.

손종학 (전 울산시 체육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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