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다도예절교육은 ‘점수 우선’아닌 ‘인성 우선’ 교육”
“청소년 다도예절교육은 ‘점수 우선’아닌 ‘인성 우선’ 교육”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7.01.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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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자 울산다도예절협회 회장
▲ 황정자 울산다도예절협회 회장.
지난달 24일 오전 울산시교육청 3층 위원회실. 다소곳한 한복차림의 여성 6인이 김복만 교육감 왼쪽으로 줄지어 섰다. 일제히 시선을 돌린 곳은 카메라 앵글. ‘다도 예절과 인성 함양을 위한 교육기부 협약식’에 자리를 같이한 울산다도예절협회 간부회원들이었고, 그 중심에 황정자(53) 회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날 협약의 뼈대는 ‘울산지역 유·초·중·고등학생 대상 다도 예절과 인성 교육’. 이에 따라 시교육청과 다도예절협회는 앞으로 최소 1년 동안, 협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한 지원하게 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협약의 의의를 이렇게 강조한다. “다례(茶禮)와 전통놀이 등을 활용해 우리의 전통 예절을 더욱 쉽게 배우고 익히며, 다례 실습을 통해 공손한 자세와 차분하고 안정된 심성을 키울 수 있어 학생들의 자기관리 등 인성 함양에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장영동 초대회장 사사…협회 나이 20년

‘울산다도예절협회’는 2015년 1월 열린 ‘울산다도협회’ 정기총회에서 명칭 변경을 거쳐 새로 얻은 이름이다. 울산다도협회가 설립된 시기는 1997년 5월 1일. 올해로 만 20년이니 성년의 나이에 접어든 셈이다.

협회 설립자는 울주군 청량면 율리 문수산 자락에서 ‘문수학당’을 운영하는 장영동 학장(울산다도예절협회 고문). 그는 현재 동국대 대학원에서 ‘다도’와 ‘주역’을, 원광대에서 ‘주역’을 강의하고 있다. 황정자 현 2대 회장은 다도(茶道)를 일찌감치 장 학장한테서 배운 수제자 격이다.

협회 사무실은 명칭 변경과 함께 문수학당에서 황 회장이 경영하는 ‘울산다원’(남구 번영로 191번길)으로 옮겼다. 하지만 한옥 건물인 문수학당은 여전히 협회 회원들에게 유익한 체험의 현장이다.

지금까지 진행해 온 협회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인성예절’과 ‘다도와 예절’이었다. ‘인성예절’ 교육은 전통한옥 체험과 전통놀이를 통한 예절, 협동, 배려지심을 배우고 우리 문화를 알게 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다도와 예절’ 교육은 전통한옥에서 다도 체험으로 인성예절을 지도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러다 보니 협회 차원의 교육은 자연히 문수학당의 울타리 안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교육청과의 협약을 계기로 앞으로는 울타리 밖의 교육에도 눈길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학교 현장으로 ‘찾아가는 다도예절 교육’에도 힘이 실리게 된 것이다.

-“상진초 아이들, 너무 달라져 놀랐어요”

그렇다고 지금까지 ‘찾아가는 교육’이 전무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학성초, 두동초 두 학교에서 협회 주관으로 다도예절 교육을 베풀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예절실천울산지부’가 주관한 비슷한 성격의 교육에도 같이 참여했고 그 대상은 자그마치 10개 학교(초 5개교, 중 4개교, 고 1개교)나 된다. 협회 회원들로서도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매우 유의미한 경험이었다.

사실 학교 현장의 다도예절 교육은 잘 짜인 체육 교육 프로그램 못지않게 청소년기 학생들의 바른 성격 형성 즉 인성 함양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주명숙 협회 교육이사가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동구 상진초등학교 얘긴데요. 이 학교는 예절실을 따로 갖춰 놓을 정도로 교장선생님부터 우리 전통예절에 참 관심이 많은 편이었죠.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 학생들 모두 한복차림으로 예절 교육을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아이들이 너무나 달라져 신기했어요.”

이 말을 황 회장이 받았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학교 교육이 ‘점수 우선’이었지 ‘인성 우선’은 아니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시교육청이 이번에 교육기부 협약을 저희 협회와 맺은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다도예절 교육이 1년에 한번뿐이어서 아쉽다’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며 ‘교육 기회를 더 늘려줄 수 없겠느냐’고 했더니 교육감님께서 ‘올해 더 늘려주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셔서 너무 기뻤고 그만큼 자신감도 더 붙었어요.”

-예절지도사 17명 배출…황 회장이 제1호

협회의 교육 지침은 2000년 이래 10여 년 동안 ‘무료’를 고수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6년 전부터는 ‘유료’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무료’는 귀속감을 무디게 했고 회원들이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사례를 늘게 했기 때문이었다.

협회는 2∼3년이면 마칠 수 있었던 단기 교육 과정과도 담을 쌓았다. 그 대신 ‘10년 학습’이란 장기 교육과정을 새로 받아들였다. 현재 수강생은 40명 안팎이지만 아직 새로운 교육과정을 끝낸 수료생이 그래서 없다. 그러나 배우려는 열정만큼은 전보다 훨씬 더 뜨거워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어떤 단체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협회 수강생들에게도 이론과 실기는 필수다. ‘이론’ 못지않게 ‘실기’를 중시하고 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수강생들에게 ‘사단법인 범국민예의실천운동본부’가 발급하는 ‘국가공인 민간자격 실천예절지도사’ 자격증 취득 기회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황정자 회장이 첫 스타트를 끊었다. 2006년도이니 11년 전의 일이다. 그 이후 김정희 회원을 비롯해 16명이 2015∼2016년 사이 같은 자격증을 취득했다. 인터뷰 자리를 같이한 자격증 취득 회원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시험이 아주 어려웠어요.” “1차 시험이 이론, 2차 시험이 실기인데 실기는 까다롭기로 유명하죠.” 실기 시험 문제는 시험관이 즉흥적으로 던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자격증을 실기 시험 두서너 번 만에 거머쥐는 일은 다반사라는 말도 나왔다.

회원 대상 교육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주 5회에 걸쳐 오전 10시 30분부터 하루 2시간씩 실시된다. 회원들은 대부분 30∼60대 연령층의 가정주부들이다. 직장인을 위한 ‘직장반’ 교육은 매주 화요일 저녁나절 1시간 동안 진행된다.

-“다도예절은 내면적 품격 향상에도 일조”

다도예절 교육은 학생들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놀라운 변화와 감흥을 선사한다. 황정자 회장은 ‘가정의 평화’를 으뜸으로 손꼽는다. 황 회장의 말 그대로 한복차림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은 평상복차림의 그것과는 비교할 계제가 못 된다. 협회 간부회원들은 그 아름다움에 반해 남편들도 뿌듯해 하고 바깥나들이라도 함께하면 자랑스러움마저 느끼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김순자 부회장이 묵혀 두었던 한마디를 꺼내 거든다. “다도에 묻히다 보면 말 한마디라도 부드럽게 하는 습관이 자연스레 몸에 배게 되죠.”

‘내면적 품격의 향상’도 빠뜨릴 수 없는 학습효과의 하나다. 이순옥 협회 감사의 말이다. “다도를 익히다 보면 성격이 급하신 분들도 차분해지시기 마련이죠. 일종의 학습효과라고 할까요.”

황 회장은 그러나 협회 가입을 요란스럽게 요구하는 일은 없다. “인연이 되면 찾아오겠죠.”라며 수줍게 웃는다. ‘인연(因緣)’이라면 불가에서 흔히 쓰는 용어다. 사실 협회 회원들 중엔 불교에 심취한 이들이 적지 않다. 다도(茶道)와 불교의 선(禪)사상이 맥을 같이한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茶=瞑想, 즉 ‘차(茶)는 곧 명상(瞑想)’이라고 보는 탓이다.

-남편 따라 ‘등산 마니아’…매주말 부부산행

황정자 회장은 협회 임원진과 함께 지난달 17일 정기총회 때 확정지은 새해 일거리에도 신경을 쏟고 있는 중이다. 예년에 계속해 오던 행사는 올해에도 그대로 계속할 생각이다.

예년의 행사 가운데 외부 행사로는 경주시가 주관하는 충남제(충담스님을 기리는 헌공다례), 지리산 쌍계사에서 열리는 ‘초의선사 다맥 전수식’, 울산차협의회가 주관하는 칠석제, 울산불교방송이 주관하는 ‘불교 차문화 축제’가 있다.

자체 행사로는 석남사 헌공다례(=창건스님을 기리는 헌공다례), 울산대공원 단오제(=우리 전통문화 알리기), 박제상 사당에서 여는 ‘박제상 헌다제’, 울산대공원이나 박물관에서 여는 ‘우리 전통문화 알리기’ 행사가 있다.

올해부터 새로 마련하려는 자체 행사도 있다. 회원들과 더불어 초의선사와 다산 정약용의 사연이 얽힌 다도 유적지와 같은 곳을 직접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의 추진은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믿는다.

황 회장의 유별난 취미가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등산이다. ‘연약해 보이는 저 체구에 무슨 등산’이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은 주말마다 산행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대단한 등산 마니아다. “가지산, 천왕산, 신불산 할 것 없이 영남알프스에 속한 산들은 안 타 본 데가 없어요. 계절마다 변하는 산색은 등산의 묘미가 아닐 수 없죠. 특히 천왕산 청수골의 가을단풍은 저를 홀리고도 남음이 있어요.”

등산 마니아가 될 수밖에 없었던 계기는 남편 박상영 씨(전 남울산적십자사 회장)가 마련해 주었다. 요즘도 한 달에 한 주는 남울산적십자사 산행 팀과 호흡을 같이한다. 나머지 세 주는 부부동반 산행을 통해 금슬을 다진다. 박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었다.

글= 김정주 논설실장·사진=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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