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의 ‘젊은이의 陽地’
몽고메리의 ‘젊은이의 陽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2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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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영화 ‘젊은이의 양지(陽地)’를 기억하십니까?

명배우 몽고메리 클리프트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출연했던 영화 말입니다. 다른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에 미군 병사 역으로 출연해 죽은 친구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트럼펫으로 조곡을 연주하는 명장면을 남겼던 몽고메리. 그 몽고메리가 이 작품에서는 신기루 같은 욕망에 사로잡히는 비운의 청년으로 나왔지요.

모두 아직 헐리우드에서도 흑백으로 영화를 만들던 1950년대 작품들입니다. 지금은 명화 반열에 올라 가끔 TV에서도 방영합니다.

몽고메리는 비극적인 로맨스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이 영화에서 순박한 시골 출신 청년 조지 역을 소화했습니다.

조지는 도회지에서 친척이 경영하는 공장에 취직합니다. 그리고는 같은 처지의 여공 앨리스와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앨리스는 조지의 아이까지 임신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지의 운명은 엘리자베스가 분한 앤젤라를 만나며 미궁으로 빠져듭니다. 앤젤라는 상류층 출신에다 미모 또한 빼어났습니다.

조지는 양심의 가책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앤젤라에게로 기웁니다. 앤젤라의 아름다운 어깨 너머에는 부와 명예와 권력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리숙한 조지는 곧 앨리스에게 들통이 나고 맙니다. 급기야 임신한 앨리스는 자기와 결혼하지 않으면 가족에게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합니다.

조지는 위험한 일을 꾸밉니다. 앨리스에게 뱃놀이를 제안합니다. 사고를 가장해 앨리스를 호수에 빠뜨려 죽이려는 의도를 품은 채 말입니다.

하지만 조지는 그 음모를 실행에 옮기기는 못합니다. 도저히 못하는 것이지요. 그만큼 조지는 순박했습니다.

조지가 망설이는 순간 앨리스는 당황하고 마침내 보트는 뒤집힙니다. 조지는 살고 앨리스는 익사했습니다.

조지는 곧 체포됩니다. 그리고 사형선고를 받습니다. 앨리스를 물에 빠뜨리지는 않았지만 구하려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판결 이유였습니다.

조지는 동료 죄수들의 인사를 받으며 형장으로 끌려갑니다. 그런데 이때 조지의 표정은 너무도 평온합니다. 그 표정이 관객의 가슴을 적시는 명연기가 됩니다.

신기루 같은 출세를 쫓아 길을 잃고 마는 청년 조지. 조지는 체포가 돼서야 제 길을 찾아옵니다. 그리고는 죄를 달게 받습니다. 조지는 그렇게 착한 청년이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몇 해 전 여행길에서 인도양 상공을 지나는 기내에서 봤습니다. 여행 내내 몽고메리의 마지막 표정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영화의 원제는 ‘A Place in the Sun’이었습니다. 직역하면 그냥 ‘양지(陽地)’입니다. 양지는 앤젤라 쪽이 아니었습니다. 조지가 원래 있던 곳이 양지였습니다. 조지는 양지로 다시 돌아올 수 있어서 편안히 형장으로 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이 영화 얘기를 꺼낸 것은 요즘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일들 때문입니다.

성실한 성장과정을 거친 엘리트들이 차례로 쇠고랑을 차고 있습니다. 이들의 모습에서 자꾸만 몽고메리의 연기가 오버랩됩니다. 그러나 아직 이들의 표정은 몽고메리의 마지막 표정만큼 맑지는 않습니다. 아직 양지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과세(過歲) 잘 하시기 바랍니다.

<강귀일 취재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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