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할 일들, 어떻게 해야 하나?
설날에 할 일들, 어떻게 해야 하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2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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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으로 가는 달력에서는 그 해 첫 달을 ‘정월(正月)’이라고 부른다. 양력으로 가는 달력에서는 그 해 첫 달을 ‘일월(1月)’이라고 부른다. 음력으로 가는 달에서는 그 첫날을 ‘정월 초하룻날’이라고 부르고, 양력으로 가는 달력에서는 그 첫날을 ‘1월 1일’이라고 부른다.

‘정월 초하룻날’을 ‘설날’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1월 1일’은 설날이 아니다. 1월 1일은 ‘새해 첫날’일 뿐 명절이 아니다. 일본 사람들은 1월 1일을 명절로 보내고 있다.

정월 초하룻날이 되거든 여섯 시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어버이에게 절을 올리는데, 이 절하기를 ‘세배(歲拜)’라고 일컫는다. 어버이 되는 사람은 다섯 시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아들, 딸, 며느리, 손자손녀, 손부들이 드리는 세배를 받을 차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세배는 모두 따로따로 올려야 된다. 맏아들이 먼저 드리고, 둘째아들이 그 다음에 드리는 것이 바른 순서이다. 아들이 드리는 세배가 끝나면 처녀 딸이 드리게 되는데, 맏딸이 먼저 드리고 둘째딸이 그 다음에 드리게 된다. 딸이 드리는 세배가 끝나면 며느리가 드리게 되는데, 맏며느리가 먼저 드리고 둘째며느리가 그 다음에 드리는 차례로 된다. 며느리가 올리는 세배가 끝나면 맏손자가 드리게 된다. 그러고 나서 둘째 손자가 드리게 되는데, 손자는 나이 차례를 따르게 된다. 손자가 드리는 세배가 끝나면 맏손녀가 드리게 되는데, 손녀 역시 나이 차례를 따르게 된다. 손녀가 드리는 세배가 끝나면, 손부가 드리는 차례로 된다. 맏손부가 드리는 세배가 끝나면 둘째손부가 드리는 차례로 된다. 거듭 이르건대, 세배는 ‘따로따로’, ‘혼자서’ 올려야 한다.

‘설날’에 ‘설 쉬기’는 어버이에게 세배 드리는 것이 중심골격으로 된다. 세배 드리는 하급자는 아무런 말없이 절을 드리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하는 말로는 “올해에도 건강하셔야 할 터인데”로가 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해괴한 말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복’이란 것이 물건이 아니기에, 주거니 받거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설날에 해괴한 말을 사용하면 ‘설 쉬기’가 해롭게 된다.

‘세배 드리기’를 마치고 나서는 떡국을 조금 먹는 것이 옛날의 풍습이다. 세배 후에 먹는 떡국은 꿀맛 같고 또 즐겁다. 그 조금이 얼마인고 하니 한 그릇의 삼분의 일이다.

세배 드리기를 마치고 나면 아침 여덟시쯤 된다. 세배를 드리기 위하여 멀리서 고생스럽게 온 것이었으니, 즐거운 일이다.

아침 여덟 시는 평소 같으면 아침밥을 먹게 되는 시간이므로 어린이들에게 먹을거리를 조금 주어야 한다. 어른들도 배가 고프면 안 되니까 간략한 요기를 하게 된다.

정성을 들여서 만든 음식을 보면 돌아가신 어른들이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얘들아, 제상(祭床)을 내려놓고 정성 들여 만든 음식들을 올려 놓아보라.”는 말은 그리하여 나오게 된 것이다. 실제말로는 “진설(陳設)하려무나.”였던 것이다. “글을 지어서 말미를 아뢰려고 하니, 도무지 글이 되지 않는구나. 글이 되지 않으니, 아뢰지도 못한다. 아뢴다는 것이 축(祝)인데, 축이 없는 제사를 지낼 수밖에 없고나. 축이 있어야 술을 석잔(三盞=초헌, 아헌, 종헌) 드리게 되는데, 축 글이 없으니 단잔(單盞, 一獻)으로 제사를 모시자고나.”로 된 것이다.

기일제사(忌日祭祀)는 유축이삼헌(有祝而三獻)이지만, 명절제사는 무축이일헌(無祝而一獻)이다. “명절제사는 기일제사와 달라야 된다. 기일제사는 돌아가신 그날 밤(한시 반)에 지내는 행사이나, 명절제사(名節祭祀)는 아침 아홉시쯤 행사해서 늦어도 오전에 마쳐야 된다.

부조묘 (不遷移祠堂)가 있으면 그 묘실절사는 아침 여덟시쯤 행사하게 된다.

기일제사 때 밥을 올렸으니, 명절제사 때 밥을 올리면 아니 된다. ‘따로따로’ 분별되어야 예절에 맞게 되는 것이다. “얘들아, 계절식(季節食)을 올려야 한다. 설날절사에는 떡국을 올리도록 하고, 추석절사에는 송편을 올리도록 하자.”로 되는 것이다.

세배 드리기가 무거운 것이고, 절사 모시기가 가벼운 것이다. 세배 드리기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 되고, 그런가 하면, 절사 모시기는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가벼운 것이다. 기일제사가 무거운 것이고, 명절제사는 가벼운 것이다. 살아계시는 어버이에게 세배 드리는 일이 무거운 것이기에 제일 앞에 있게 된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모시게 되는 절사(節祀)는 세배 드리기의 뒷전으로 가야 된다.

며느리가 입원하여 목숨이 위태롭게 되면 기일제사를 지내지 못하게 되니, 명절제사야 말할 거리도 되지 못한다. 생자(生者)와 사자(死者) 사이에서는 ‘생자’가 우선으로 된다. 유도(儒道)의 떳떳함이 바로 여기에 있고, 유교(儒敎)의 원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각설하고, ‘신정(新正)’ ‘구정(舊正)’이란 말은 폐기처분되어야 한다. 왜인들이 실국(失國)시대에 우리 설 문화를 없애기 위하여 이중과세(二重過歲)라는 명목 하에 신정, 구정이란 이름을 지었고, 군사정권 하에서는 한갑수란 자가 가정의례준칙을 만들면서 또 이중과세라며 ‘설날’을 쉬지 못하도록 하였다.

<김옥길 예학자,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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