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급급한 한국
먹고살기 급급한 한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2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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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장수국가 일본에서 건너온 ‘노후파산’이란 신조어가 우리나라에서도 현실로 다가왔다. ‘노후파산’이란 의식주 모든 면에서 자립 능력을 상실한 노인의 비참한 삶을 일컫는다. 일본에서 노후파산을 경험한 대다수는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았던 샐러리맨으로 30~40년간 저축과 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한 은퇴자들이다. 그러나 늘어난 수명과 질병,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 등으로 인한 지출이 증가하면서 ‘노후파산’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 역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 중 최고로 높았다.

나이가 들수록 행복감이 떨어지는 한국의 하향 사선형(↘) 행복 구조는 세계적인 경향성과 큰 차이가 있다. 통상 경제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 있는 국가에서는 청년층과 노년층의 행복감이 높고, 35~50세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U자형 행복도 분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014년 발간한 보고서 ‘한국에서 주관적 행복감의 측정과 해석’에서 하향 사선형 행복 구조에 대해 외국학자는 “규명돼야 할 수수께끼(퍼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국가적인 행복 수준을 높이기 위해 60대 이상 세대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60대 이상 세대는 단순히 행복감만 낮은 게 아니다. 우리 60대 이상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대부분 만족도가 낮았다. 공적 연금을 비롯해 낮은 수준의 복지제도와 은퇴 이후 열악한 2차 일자리, 성장한 자녀의 지원 부족, 가정에 대한 가치관 변화가 맞물린 탓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적 상태다. 10점 척도에서 5.2점으로 전 세대(평균 5.7점) 중에서 가장 낮다. 반면 덴마크ㆍ일본의 노년층 만족도는 각각 6.5, 5.4점으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OECD 조사에서 한국 노년층의 상대빈곤율(중위소득 이하 비율)은 49.6%로, OECD 평균(12.6%)의 약 4배, 전체 1위를 기록한 것과 무관치 않다. 사회안전망이 열악한 상태에서 경제적 상태는 행복감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국민연금으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 노년층 상당수는 자식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끊임없이 노동을 요구받지만, 대부분 저임금 일자리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경제적 불안감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건강 걱정을 가중시킨다. 우리 노년층의 건강상태 만족도는 5.9점으로 전 세대 최저치이며 덴마크, 브라질보다 현저히 낮다.

우리 노년층은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도 불안정하다.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 대한 만족감마저 전 세대 중에서 가장 낮다. 대부분 직장에서 사람들을 사귄 우리들 세대는 퇴직 후 관계 단절로 인한 상실감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동료가 많다.

특히 우리 노년층의 가족 만족도가 낮은 것은 가부장(家父長)이라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면서 가정에서의 소외가 원인으로 보인다. 60대 남성의 경우 시대 변화로 예전만큼 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아 박탈감을 호소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 가정은 황혼이혼이나 독거노인 등 관계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을 제정해 정부가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지 10년이 지났다지만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노령층 건강문제는 보편적 현상이지만, 한국은 특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정신적 불안이 육체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말년에 먹고살기 급급한 한국인이 대다수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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