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보통의 국민이 주변에서 자살자를 접하기란 흔치 않기 때문에 이 수치가 쉽게 와 닿지 못할 수도 있다. 필자 역시 경찰이 되기 전까지는 여러 신문이나 방송 매체를 통해 “대한민국이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라는 말을 계속 들어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다지 심각하게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찰관이 되고 경찰업무를 수행하면서부터는 그러한 수치가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에 생각하던 것보다 자살과 관련한 신고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자살사건 현장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자살을 선택한 그 분의 죽음도 안타까웠지만, 그 분의 소식을 듣고 슬퍼할 가족들을 생각하니 가슴 한 구석에 구멍이 뻥 뚫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과거에는 자살을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다면 지금은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연중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자살예방 핫라인(☎1577-0199)과 생명의 전화(☎1588∼919
1)가 있다. 우리 울산시에서는 울산광역시정신건강증진센터(www.usmind.or.kr, ☎052-716-7199)를 운영 중이며 각 구·군별로도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꼭 자살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더라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거나 트라우마가 생겨 정신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누구든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얼마 전 KBS에서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을 다룬 ‘환생’이라는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본 적이 있다. 그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그의 노래를 들려주며 ‘김광석’이란 사람을 알게 해주었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그리움과 반가움, 그리고 추억을 회상할 수 있게 해준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그 방송에서도 유난히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있었다. 고인의 친구였던 박학기씨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었다. 내용인즉, “광석이가 떠나기 전날 그가 술을 한 잔만 더하자고 했는데 거절했다. 만약 그때 내가 광석이와 더 오래 술을 마셨다면 광석이가 그렇게 떠나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후회을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전에 가족이나 친구 누군가에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떠한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우리 주변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내가 그 신호를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서 주변에 작은 관심이라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태근 울주경찰서 상북파출소 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