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서의 투기
예술로서의 투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0.20 2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래 들어 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이다. 나날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환율과 주가, 나날이 폭락하는 국제상품시장의 상품가격 등 예전에 보기 어려운 대혼란이 세계 금융자본주의의 심장부 월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 금융시장에 만연되어 있다. 투자에 대한 판단 기준 자체가 모호해 진지 오래 되었고 투자자들 역시 절망과 공포 속에서 지금의 폭풍우가 그저 빨리 지나가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세예측은 그야말로 무의미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는 투자격언은 시대를 불문하고 진리로 통해 왔다. 이런 어려운 상황 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혜안이 요구된다고 본다.

미국의 증권분석가 딕슨 워츠는 “예술로서의 투기”란 말을 했다. 현대사회는 불확실성의 시대인 만큼 투자는 투기라는 요소와 일정부분 불가피하게 결합되게 된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위치와 역할이 크게 달라질 뿐이다. 따라서 이런 투기적 요소를 원만하게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예술가로서 지녀야 할 재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추한 것들을 아름답게 보고 아름다운 것들을 추하게 볼 수 있는 눈, 이는 또한 위험 속에서 찬스를 찾아내고 어떤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감투정신의 발로일 것이다. 그렇다면 투기에서의 찬스란 결코 우연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의 원리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배워나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매매차익을 최고의 투자수익으로 삼고 있는 주식투자는 다른 어떤 경우보다도 투기적인 요소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런 투기적인 요소를 그저 우연에 의한 행운 정도로 여기고 이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을 경우 주식투자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분석하고 이를 개선시켜 나가려는 노력을 할 때 예술로서의 투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지고 행운의 여신도 도와주게 될 것이다.

투자격언에 “숲 속의 나무를 보라”는 말이 있다. 숲 속의 아름다운 나무를 발견하면 우리들은 숲 속이 온통 아름답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런데 숲 속에서는 기상변화에 따라 언제 폭풍우가 몰아칠지 모른다. 폭풍우가 몰아치면 아름답던 꽃들은 일순간에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숲이란 투자환경을 의미하고 나무란 투자종목에 비유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투자종목의 호재에 매혹 당하게 되면 아무리 악조건의 투자환경일지라도 해소될 것이라는 착각으로 대담하게 주식을 매입하게 된다.

그러나 투자종목이 아무리 훌륭한 호재를 안고 있을지라도 투자환경의 뒷받침이 없으면 주가상승은 고사하고 오히려 주가하락을 가져올 뿐이다.

그래서 주식투자는 투자환경을 분석하여 대세흐름을 판단하고 난 후 투자종목을 선정해야 하는 것이다.

숲 속에 불이 나면 우선 불부터 꺼야 한다. 불을 끄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이 총동원되고 있다. 큰 불길은 잡혀가고 있고 잔불을 소탕하기 위한 소화처방도 준비가 되고 있다.

이제 막 불길이 잡혀가고 있는 숲에서 새로운 생명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제주체 서로의 이해와 협력, 고통을 분담하려는 노력은 신뢰의 싹을 빨리 틔우게 된다. 그러면 우리 서로가 학수고대하는 숲 속에서의 새로운 생명이 우리의 예상보다 빨리 건전한 태동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