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12월 덕현리 1천913㎡ 땅에 높이 25m 높이의 ‘방산탑’(가스배출시설)을 갖춘 가스관리소를 짓기 위해 건축허가신청서를 울주군에 제출했고,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이다. 이 가스관리소로부터 200∼500m 안쪽에 있는 소야정·행정·석남 등 3개 마을에는 250여 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120여명의 사상자를 낸 1994년의 서울 아현동 가스관리소 폭발사고를 떠올리면서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항의한다. 이유 있는 항변이다. 가스관리소 자리에서 20∼30m 떨어진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는 박귀례씨(63·여)는 “코앞에 가스관리소가 설치되는데, 누가 이런 곳에 살고 싶겠느냐”며 하소연한다. 부동산 가격 하락을 걱정하는 주민들이 많다. 가까운 관광지 석남사나 배내골의 이미지가 많이 흐려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조금 떨어진 산속에 관리소를 설치할 만한 안전지대가 얼마든지 있는데, 왜 하필 마을 한복판인가”하는 항변은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가스공사가 위험시설물을 설치하면서도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은 점이다. “1년 전부터 이상한 소문이 나돌아서 행정정보 공개를 청구했더니 가스관리소가 마을 한복판에 들어선다는 것이었다”는 소야정마을 총무 정상식씨(61)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가스공사 관계자가 했다는 말이 귀에 거슬린다. “행정절차상 하자가 없고 이미 가스배관 매설을 끝냈기 때문에 관리소를 이전할 수 없다.” 그의 말대로 절차상 잘못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깜깜이’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몰아내야 할 구시대적 잔재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공기업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제멋대로 바꾸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 울주군은 이 점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소수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