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 칼럼] 울산 창업은 울산 사람 손으로
[권영해 칼럼] 울산 창업은 울산 사람 손으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1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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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래 울산의 새로운 산업의 씨앗을 지금 뿌리고 가꾸지 않는다면 ‘산업수도 울산’은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경제토론회에서 만난 한 중견기업인이 울산의 미래 산업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한 말이다.

이 분은 오랫동안 선박용 기자재를 생산, 납품하여 중견 기업을 일군 60대 중반의 사장님이었다. 보통 그 나이에 이르면 기업을 아들에게 물려주어 그것을 이어 나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런데 이 사장님은 그의 아들에게 “이제 전통적인 제조업만으로는 미래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ICT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면서 벤처투자회사를 만들어 청년창업자들을 도와 새로운 산업의 싹을 찾아내고 키워내도록 하였다. 이 투자회사는 울산의 미래 산업의 싹을 키울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기 위해 우리 센터와 UNIST와 협업을 시작하였다.

2. “전자부품을 생산하여 납품하는 업체입니다. 전자회사들이 해외로 나가버리는 바람에 매출액이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부품만 납품하여서는 저희 회사에 미래가 없습니다.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신수종 사업을 개발하기 위해 기획팀을 설치하여 운영 중입니다만,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그리 쉽게 개발되지 않습니다. 창조경제센터와 합동으로 공모를 통하여 새로운 사업 아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널리 발굴, 육성하고 싶습니다. 유망 스타트업의 경우 기업이 원하면 정당한 가격으로 기업을 M&A할 수도 있겠고, 투자를 통하여 육성할 뜻도 있습니다.”

어느 전자부품회사 기획팀에서 센터를 찾아와 의논한 내용이다. 참으로 모두들 참신한 아이디어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우리의 장래가 그리 어둡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우리 울산은 지난 반세기 동안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의 산업수도였다. 60년대 초반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시작한 이래 울산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견인해 온 도시이다. 우리나라 총인구 2%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우리나라 전체의 연간 수출액 5천억 달러의 20%에 달하는 1천억 달러를 담당해 온 도시가 바로 울산이었다. 그러나 최근 조선업의 구조적 불황, 자동차산업의 해외 이전, 그리고 석유화학산업의 성장 정체 등으로 울산의 3대 전통 주력산업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작년 울산의 수출액이 600억불대로 하락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물론 울산만의 사정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어느 나라도 달성하지 못한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가 2006년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12년째 2만 달러대를 넘어가지 못한 채 횡보를 계속하고 있고, 전통적인 제조업이 성장한계에 부딪혀 청년실업은 10%에 육박하는 등 국가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경제선진국을 모방하고 따라가는 소위 ‘패스트 팔로우어(Fast follower)경제와 모방경제의 한계에 기인한다는 데는 대체적인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창조경제를 시작하여 새로운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업의 활성화와 4차 산업 혁명을 위한 기존 기업의 혁신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판교 등 수도권은 새로운 산업을 향한 열기가 넘쳐나고 있지만, 울산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음이 사실이다.

울산센터에서는 창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창업된 기업을 육성하여 미래의 울산산업을 이어갈 싹을 키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국가에서도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지원정책들을 가지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모든 것들이 자본주의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자생적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그 지속가능성을 높인다고 생각된다. 곧 새로운 산업의 필요성을 자각한 개인이나 기업이 적극적으로 창업을 위한 자금을 제공하고, 창업기업을 적극적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그 과실은 높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개인이나 기업에 돌아가야만 새로운 창업투자의 욕구를 높일 수 있으며, 이것은 또한 새로운 산업의 육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그런 의미에서 위에서 예를 든 두 사례는 이 시대에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기업이나 개인이 울산에서 자생적으로 많이 일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창업자들이 울산에만 가면 창업과 기업 육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서 많은 청년 창업자들이 울산으로 몰려오는 모습을 꿈꿔 본다. 울산에도 위에서 예로 든 사장님 외에도 이미 투자클럽이나 엔젤투자클럽을 조직하여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분들이 있지만, 더 많은 개인이나 기업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창업 지원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울산은 여전히 개인소득 1위이기도 하고 전통산업시설을 기반으로 최고로 부유한 도시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재력을 새로운 창업에 투자하는 문화가 열리기만 한다면, 미래에도 울산은 여전히 ‘산업수도’, ‘창조경제수도’의 위상을 지키며 이 나라 경제를 이끌어 나아갈 것이다. 울산의 미래를 이끌어갈 산업새싹 청년창업 기업을 울산 사람 손으로 만들어가길 간절히 소망한다.

<권영해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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