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도라’… 원전 안전의 거울로 삼아야
영화 ‘판도라’… 원전 안전의 거울로 삼아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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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7일 개봉되어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던 ‘판도라’는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에서 원자력은 산업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전력을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신의 선물’이지만, 자칫 관리에 소홀하면 파국적 결과 즉 ‘재앙’이 되는 설비로 묘사된다.

이 영화에서 전개되는 원전 사고는 관객에게 극적 긴장감과 감동을 주기 위한 영화적 상상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유사한 극적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우리 원전에 대한 기술적 검증을 지나치게 소홀히 한 점은 아쉬웠다.

영화에서는 규모 6.1의 지진으로 노후 원전의 밸브가 균열되고 배관 파손, 노심 손상에 이어 원자로 건물이 폭발되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사고가 현실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턱없이 낮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 9월 규모 5.8의 경주 지진에서는 상가 및 한옥 건물과 문화재가 피해를 입었지만 진앙 인근의 월성 원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국내 모든 원전에 대해 원자로 직하부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해도 안전하도록 엄격한 내진설계를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또 향후에는 새로 수립된 지진방재 종합대책에 따라 규모 7.0 수준의 지진까지도 견딜 수 있도록 원전의 지진 내성을 강화할 예정이니 현실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낮은 영화가 현실이 될까봐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영화가 주는 소중한 교훈마저 평가절하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영화 ‘판도라’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첫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말고 우리 원전을 철저히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며, 둘째, 정부와 한수원 등 원전 관리 주체들은 원전 안전에 대해 국민과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 안전관리는 어떠한 자연재해에도 안전한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미 한수원은 대형 지진해일에도 원전이 안전하도록 비상발전시설에 방수문과 밀봉재를 설치하고 수소폭발 방지를 위해 첨단 수소제거 설비를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해오고 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 점검으로 국내 원전이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하도록 유지하는 것은 관리 주체들이 한시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책무다.

또한, 사고에 대비한 훈련도 철저히 시행돼야 한다. 원전은 법적 요건에 따라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해 절차서를 구비하고, 사고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기적으로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한수원 등은 절차서의 상시 점검과 보완을 통해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하고 관련 훈련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원전 소재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도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과 훈련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안전한 원전 관리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투명한 소통도 중요하다. 각종 사건, 사고, 재난이 터질 때마다 관계 당국이 사실을 축소·은폐하려는 모습이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국민의 공분을 사는 경우가 빈번했다. 영화 역시 이러한 정부의 모습을 비춰주는데, 많은 관객이 공감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이런 국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원전 전문가들이 국민에게 원전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정부 당국과 한수원은 혹시 모를 원전 사고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이해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원자력은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에너지원이다. 화석연료가 야기한 지구 온난화를 막고, 에너지의 고갈에 대비하려면 원자력의 활용은 불가피하다. 정부 당국과 한수원을 포함한 원자력계는 영화 ‘판도라’의 비현실성을 폄하하기보다는 이 땅의 주인이 될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원전의 안전한 관리와 국민과의 투명한 소통 노력을 배가함으로써 원전 안전을 한층 더 증진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양재영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 대학교 원자력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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