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가락은 친절과 동의어
시조 가락은 친절과 동의어
  • 권승혁 기자
  • 승인 2008.10.1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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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민원인에 시조 한소절
‘…성게 따다 자식 키운 이 땅을 버릴 수 없어 실날로 오는 희망으로 버텨 보는 내일이다.’

지난 2000년 제 45회 현대시조 신인상을 수상한 ‘용연에서’라는 시조의 마지막 부분이다. 시조는 어촌공해지역인 용연을 떠나온 이주민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준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이 시조를 쓴 이는 조경애(41) 현대시조시인. 그는 지난 16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28회 울산예술제 서막식에서 울산예총회장 공로패를 수상했다.

울산시교육청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조경애 민원봉사담당(기능직 8급)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시교육청 민원실에 근무한 지 4년쯤 됐네요. 가끔 술에 취해 곤란한 주문을 하시는 민원인을 빼고는 늘 평범한 일상인 것 같아요.”

그는 시인에게 기대해봄직한 엉뚱한 일화를 간직, 아니 기억하고 있지는 않다. 단지 시조에 대한 애정이 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길 바란다.

“시조에는 가락이 있어요. 가락이 몸에 베여있는 사람은 늘 즐거워요. 민원업무나 시조를 쓰는 일이 사람과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일이라고 볼 때 둘 다 비슷한 것 같아요.”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그에게 시조의 ‘가락’은 그래서 ‘친절’과 동의어처럼 여겨진다.

그는 간혹 우울해하는 민원인이나 주위 동료에게 노천명의 ‘소녀’를 들려 준다고 한다.

“머지않아 아가씨 가슴에도, 누가 산도야지를 놓겠구료’라고 읊어주면 다들 무척 기분 좋아 하더라고요.(웃음)”

/권승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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