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 빠진 한국 외교와 경제
무기력에 빠진 한국 외교와 경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1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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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일본 정부는 그동안 논의하던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후속조치로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 총영사를 일본으로 일시 귀국시켰다고 한다.

통화스와프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외환보유액 비상시에 대비해 특정 국가와 통화 교환을 약속하는 협정이다.

그동안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견제하는 데 힘이 되었던 중국조차 설상가상(雪上加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결정으로 한류 콘텐츠와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을 제약하는 한한령(한류 규제정책) 등으로 한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미ㆍ러 데탕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일본과도 협력해 한국 외교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 일본, 중국 3대 강국(G3)의 공세에 한국 외교와 경제가 경주지진 및 촛불민심과 함께 흔들리고 있다. 한국 외교는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을 무시한 채 대일 강경 자세를 유지했고 그 결과 한미일 동맹체계에서 한국은 고립됐다.

중국을 견제수단으로 동원했지만 미국의 안보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손잡았던 중국은 사드 한반도 배치가 결정되자 냉정하게 손을 놓아버렸다.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인 미국, 중국, 일본이 외교·안보 등을 빌미로 새해 벽두부터 갈 길 바쁜 한국경제의 뒷덜미를 잡아당기고 있다. 한국경제가 연초부터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니 걱정이 앞선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2월 우리나라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공식화한 뒤 강력한 반대의사를 피력했었고 한미 간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한 7월 이후에는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이 감지됐다.

중국 미디어를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한한령(限韓令) 지침으로 한류 콘텐츠와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을 제약했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한국 압박 전선을 문화에서 경제, 관광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경북 성주 롯데골프장이 사드 배치지로 결정된 롯데그룹의 중국 내 사업장에 대해서는 위생·소방점검과 함께 세무조사까지 나섰다. 또 우리나라 3개 항공사가 신청한 8개 노선의 전세기 운항을 중국 당국이 전면 불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에 이어 일본도 부산 총영사관 소녀상 설치를 이유로 정치·외교 문제로 경제 보복을 노골화하고 있다. 또, 이달 출범하는 트럼프노믹스(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까지 한국경제를 압박해 대외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미국을 우선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를 적극 펼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압박했다. 이 같은 소식으로 멕시코에 생산물량 확대를 준비했던 기아자동차 등 국내 기업에 유탄이 우려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과도체제에서 근본적 정책전환은 할 수 없다지만, 이제라도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최대한 적극적으로 방향을 정한 다음 국민들을 설득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 외교의 근간인 한미 동맹 또는 한일 친선관계를 기본으로 품어가는 전략과 함께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적 접근을 취하고 우리도 외교정치의 힘을 길러야 함이 우선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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