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YOLO)족으로 살아보기
욜로(YOLO)족으로 살아보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0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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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아침에 뜨던 해가 새해 첫날 아침에도 둥그러니 떠올랐다. 떠오르는 해는 언제나 경건하고 뜨겁다. 바닷가 마을로 이사 온 이후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의 의미는 이젠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기에 새해 아침엔 염치없고 뜬금없는 소원보다는 일상 해오던 생각이나 일들에 대해 작은 다짐 정도를 해 보는 것이다.

요즘 자주 떠오르는 새해 트렌드 키워드로 ‘YOLO’라는 신조어가 있다고 한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한번뿐인 인생을 즐겁게 살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욜로라는 말은 미국에서 생긴 신조어로 흔히 ‘그 순간을 즐기자’는 가벼운 의미로 던지기도 한다는데, 2011년 미국의 인기 래퍼 드레이크의 노래에 등장한 ‘인생은 한번뿐이니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후회 없이 즐기며 사랑하고 배우라’는 노래가사의 의미가 재조명되면서 젊은 층이 즐겨 쓰는 유행어가 되었다고 한다.

욜로가 새해 키워드로 새롭게 등장한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욜로족의 소비성향은 지금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그들을 위한 타임커머스 앱은 물론 다양한 마케팅도 등장했다고 한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시대의 필연적 결과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시대적 상황처럼 장밋빛 인생을 꿈꿀 수 없는 상황에서 욜로족이 지향하는 바는 자기 자신과 현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욜로족은 형식과 돈에 대해 현실적으로 주눅 들지 않고 오늘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더 집중한다고 하는데 오늘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의 소비성향은 비물질적이고 경험과 체험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주요 콘텐츠는 여행이나 학습이라고 한다. 또 그들은 획일화된 라이프스타일을 탈피하고 싶어 하며 그들의 소비는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나 물욕을 채우는 것이 아닌 본인의 이상향을 향한 실천이며 삶의 진지한 태도라고 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욜로는 저성장시대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인 것이다.

‘이미 끝나버린 일을 후회하기보다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라’는 탈무드의 글귀나 법정스님의 법문집에서 읽었던 ‘일기일회’라는 말과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이해했다면 잘못일까.

헤쳐가기 힘든 시대에 떠오른 키워드 ‘YOLO’,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랑하려는 긍정적 에너지는 희망적이지만 그래도 일부에선 미래에 대한 기대감 상실 등으로 불안감이 없진 않다고 말한다.

사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미래를 준비하며 열심히 살아온 시간 속에도 어쩔 수 없는 아쉬움과 회한들이 어둠처럼 웅크리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럴 때마다 가슴 한가운데를 시리게 쓸고 지나가는 쓸쓸함이나 허전함 그리고 허무함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어떤 삶의 태도를 선택함은 개인의 몫일 것이지만 점점 욜로의 매력에 빠져드는 자신을 어쩌랴. 반평생 이상을 가족을 위해 자식을 위해 살아왔던 우리 세대라면 이제 남은 시간은 욜로족으로 한번쯤 살아볼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를 충실히 뜨겁게 사는 자신을 다만 사랑할 뿐이라는 자기합리화일지라도 이젠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다소 이기적이고 자조적인 생각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현재를 잘 사는 것이 미래를 잘 사는 것이라고 평범히 듣던 말이 오늘은 자꾸 주문처럼 내 귓가를 맴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의 한 구절로 흔히 ‘오늘을 즐기라’고 인용되는 경구이다. 라틴어 카르페(carpe)는 ‘즐기다, 잡다, 사용하다’라는 뜻이고, 디엠(diem)은 날을 의미한다. -출처: 다음백과

이정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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