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드리워진 불길한 조짐
현대차에 드리워진 불길한 조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0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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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허리야. 뼈마디도 쑤시고. 오늘은 비가 오려나~.” 그날은 거의 틀림없이 비가 내렸다. “안개가 이렇게 많이 끼는 걸 보니 오늘은 땡볕이 나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그날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맑고 무더운 날이 찾아왔다. 어렸을 적 할머니의 예언이 척척 들어맞는 것을 보고 참 신기하게 여겼다. 기상전문가도 아닌 할머니의 천기를 보는 비법은 나이가 들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자기 몸의 상태와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다가올 조짐(兆朕)을 미리 알아챈 노인의 지혜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노인 한 사람이 돌아가시는 것은 동네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도 있지 않은가. 그만큼 경험칙(經驗則)을 귀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요즘은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더 정확한 예상을 한다. 인간은 누구나 미래 즉 아직 오지 않은 날에 대해 궁금증과 불안감을 갖는다. 첨단과학이 발달된 지금도 연초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동네 점(占) 집을 찾는 것도 이런 심리 때문이다. 저축·보험·연금도 ‘미래’를 전제로 한 것이다. 결국 우리 삶에서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무서운 저주가 없다.

지난해 쌍용차·르노삼성·쉐보레·기아차는 내수점유율이 모두 상승한 반면 현대차만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포니라는 국내최초의 고유모델 생산을 시작으로 엑셀과 프레스토, 쏘나타, 그랜저 등 승용차는 물론, 소·중·대형 상용차에 이르기까지 국내시장을 주도했던 최강자요 타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국내 ‘지존’이었다. 그랬던 현대차가 이처럼 내리막길로 가는 것은 매우 불길한 조짐이다.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는 완치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반면 자신에게 찾아온 병증이 심각한 데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아예 고통을 호소하지 않는 환자는 치유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한다. 지각능력도 없고 살고자 하는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으면 개선은 불가능하다. 이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다를 바 없다. 현대차가 국내시장에서 게걸음도 아닌 가재걸음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심각한 문제다. 하긴 현대차가 그저 그런 기업이라면 관심을 가질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나라 전체는 차치하더라도, 울산에서 생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다. 현대차가 없는 울산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런 기업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현대차는 작년에도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세계적인 자동차 평가기관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디자인, 품질, 성능 면에서 크게 나무랄 것이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자기 나라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운이 나빠서도, 차가 좋지 않아서도 아니다. 바로 소비자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미우면 그 사람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도 밉게 보인다.

물론 그래서는 안 되지만 사람심리란 게 어디 그런가. 왜 국내 소비자들의 애정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지는 굳이 여기서 적시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딱 하나만은 짚고 가자. 노사가 지지고 볶는 모습을 보여준 게 1~2년이 아니었다는 것 말이다. 부부 싸움이 잦은 집안에 손님 발길이 끊어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마침 올해는 현대차가 창립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하늘(고객)의 뜻을 알고 새로운 각오를 해야 할 때다. 현대차가 잘 돼야 우리 울산도 함께 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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