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역사
촛불의 역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1.02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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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촛불 열기로 뜨겁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모인 촛불집회 참가자가 새해를 정점으로 누적 인원 1천만명을 돌파했다.

2016년 마지막 날인 31일 밤에 시작해 새해 2017년 새벽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차 촛불집회 참가자는 31일 오후 9시18분쯤을 기점으로 1천만명(주최측 추산)이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촛불집회는 대한민국 역사상 단일 사안을 놓고 벌어진 최대 규모의 연속집회로,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들의 외침은 한결 같았다. ‘2017년 새해엔 대한민국을 바꾸자’,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자’라는 것이었다.

촛불을 든 국민들은 다양했다. 초·중·고·대학생뿐 아니라 가정주부, 직장인, 영세상인, 심지어 공무원까지 참여한 말 그대로 사회각계 각층의 혁명적인 평화집회였다. 그러기에 향후 30년 이상 촛불민심의 힘이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바꿔나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폭력과 충돌을 극도로 자제해 집회 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시민들이 망가진 민주주의를 대규모 집회로 바로잡았다”(AP통신)와 유사한 외국 언론의 호평도 이어졌다.

일반 참가자들이 늘면서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집회장소에 나온 부모들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이런 시민들에게 촛불집회는 더이상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는 민주주의 교육현장이었다.

이들이 든 촛불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힘이 없어’ 체념하며 받아들였던 사회의 부조리가 쏟아져 나왔다. 정치권과 관료, 검찰, 재벌에 대한 날선 비판들이었다. 부모들은 이런 나라를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염원을 담았다.

이번 촛불집회는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됐다. 촛불 민심을 요약하면 원칙과 정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또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를 보겠다는 것이다.

지난 2개월여 지속돼 온 촛불의 시대정신은 국민적 신뢰를 잃은 박근혜 대통령을 권좌에서 내쫓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 심화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 양극화 현상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상명령을 담고 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 공동체 건설을 희구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 산업화시대에 적용했던 박정희식 국가 경영 모델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이다.

촛불의 역사는 진행형이다. ‘국민들의 승리’로 기록될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촛불은 두 달 남짓한 기간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수많은 촛불로 모아진 열기 속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가결되고, 최순실은 물론 청와대 조력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특별검사팀도 전례없는 기개와 속도로 주목받고 있다.

역사는 권력자들의 기록처럼 보이지만, 흐름을 바꾸는 거대한 물줄기는 언제나 국민들이었다. 촛불의 역사가 또 한 번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고 험난하다. 정치권은 여전히 대립하며 민생은 언제나 뒷전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원칙과 정의, 상식이라는 ‘눈높이’에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뜨겁게 타오르는 새해의 첫 촛불 속 일출만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민심이 있기에 정유년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

올 한 해는 촛불의 기운을 받아 좀 더 밝고 희망찬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

<정재환 정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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