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동구섬’ 소통으로 작은 혁명
가깝고도 먼 ‘동구섬’ 소통으로 작은 혁명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7.01.0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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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교·염포산터널 개통 1년6개월… 달라진 풍경
동구↔남구공단 10분이면 왕래 가능
차량분산 이뤄 고질적 정체현상 해소
4월 요금 재책정, 통행료 부담 현실로
랜드마크 효과 실종… 야간조명 지적
▲ 울산대교 전경.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동구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38세). 그의 일상에서 염포산터널 개통은 작은 혁명 같은 것이었다. 중구 복산동이 집인 A씨가 터널 개통 전까지 출근을 위해 집에서 나오는 시간은 대략 오전 6시 10분. 하지만 그는 지금 6시 40분께 집을 나선다. 터널 개통 전에는 집에서 구청까지 50분 정도가 소요됐지만 지금은 20분이면 가뿐하다. 덤으로 교통비도 줄었다. 터널을 한번 통과하려면 500원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이전보다 교통비가 더 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1년 반 넘게 이용해보니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A씨는 “터널로 주행거리가 줄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주유하던 기름이 열흘로 바뀌었다”며 “통행료를 내도 결국 매달 2만원 정도가 절감되더라”고 말했다.

-동구 방어동이 집인 직장인 B씨(30세). 울산대교와 염포산터널이 개통되고 그의 평일 저녁은 많이 달라졌다. 가장 좋은 건 퇴근길 짜증이 없어졌다는 것. 개통 전에는 삼산동 직장에서 1401번 좌석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다 보면 방어진순환로를 잘 달리던 버스가 현대미포조선 정문 근처에 다가서면 늘 거북이로 변했다. 동구지역의 고질적 교통정체구간인 문현삼거리에서 막혔던 것. 퇴근길에 비까지 내리는 날이면 한 시간 가까이 정체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대교와 터널 개통 후에는 더 이상 정체를 겪지 않는다고 한다.

B씨는 “대교와 터널이 개통된 후 저녁 자유시간이 많아져 요즘은 퇴근 후 운동도 자주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동구 전하동에 사는 주부 C씨(47세). C씨에게는 고등학교 1학년의 자녀가 있다. 남편 직장이 동구여서 오랫동안 동구에서 살아왔지만 2년 전만 해도 C씨는 동구를 떠나 남구로 이사를 하려 했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자녀가 남구 옥동에 몰려 있는 유명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이사를 하려 했던 것. 하지만 그는 이사를 하지 않았다. 또 앞으로 이사계획도 없다고 한다. 대교 개통으로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C씨는 “대교 개통 전에는 밤늦은 시각 아이를 태우러 옥동까지 가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터널 개통으로 시간과 거리가 많이 줄어 그렇지 않다”며 “그래서 굳이 이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울산대교와 염포산터널이 개통된 지도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개통 전부터도 울산 시민들의 삶에 일대 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만큼 1년 반이 지난 지금, 실제로 시민들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것을 본보 취재 결과 확인할 수 있었다.

◇ 동구, 소외감을 벗어던지다

무엇보다 과거 시민들 사이에서 ‘동구공화국’이나 ‘동구섬’으로 불리며 적잖게 소외됐던 동구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였다. 이는 곧 동구가 중·남·북구 및 울주군과 ‘심리적으로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거기에는 대교와 터널 개통으로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진 게 주효했다. 과거 빙빙 돌아서 1시간 넘게 걸렸던 동구와 남구 석유화학 공단은 대교 개통으로 이제 불과 10분이면 왕래가 가능해졌다.

터널 역시 동구와 타 지역 간의 물리적인 거리를 좁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 과거 성내삼거리에서 빙 둘러서 남목을 거치거나 방어진순환로를 통해 진입했던 동구 중심가를 이젠 터널을 통해 직행할 수 있어 시간과 거리를 모두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근로자들로 인해 출퇴근 시간에 늘 빚어졌던 교통체증이 대교와 터널 개통으로 해소된 점도 동구와의 심리적인 거리를 좁히는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이는 대교와 터널 개통 후 울산시가 최근 분석한 통행량 및 통행속도 변화 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시에 따르면 정체현상이 주로 벌어지는 퇴근 시간대(오후 6시~7시) 동구 주변의 주요 상습정체도로(아산로·염포로·방어진순환로)들의 통행량은 대폭 줄었다. 반대로 통행속도는 높아졌다.

2016년 9월 30일 현재, 평일 퇴근 시간대(오후 6시~7시) 가장 심한 정체현상을 빚었던 방어진순환로의 통행량은 개통 전 평균 3천381대에서 개통 후 2천95대(38%↓)로 줄어들었다. 반면 통행속도는 개통 전 평균 27.4km/h에서 개통 후 31.2km/h(13.9%↑)로 높아졌다.

염포로 역시 2천726대에서 2천369대(13.1%↓)로 통행량은 줄었고, 통행속도는 35.6km/h에서 37.5km/h(5.3%↑)로 증가했다. 아산로는 통행량이 5천441대에서 4천954대(9.0%↓), 통행속도는 54.6km/h 에서 61.9km/h(13.4%↑)로 각각 변했다. 전체적으로는 대교와 터널 개통으로 강남·북로와 염포로, 아산로, 방어진순환로의 경우 교통량이 감소했고, 수암로와 산업로, 장생포로, 봉수로는 교통량이 증가했다. 통행속도 증감은 그 반대였다.

이는 모두 대교와 터널 개통에 따른 차량분산 효과로 분석된다. 대교 개통으로 갑자기 수암로와 장생포로가 동구 인접도로가 된 건 가까워진 심리적 거리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현상으로 봐도 좋다.

◇ 통행료와 흥행성, 아직 남은 숙제

울산시 집계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1일 정식 개통한 후 2016년 11월 말 현재까지 울산대교와 염포산터널을 이용한 총 교통량은 2천297만492대. 하루 평균 4만2천617대가 지나간 셈이다.

이 가운데 대교가 325만6천522대(일 평균 6천42대)고, 터널은 1천448만392대(일 평균 2만6천865대)로 터널 이용자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대교와 터널을 함께 이용한 차량은 523만3천578대(일 평균 9천710대)였다.

울산대교는 30년 동안 통행료로 회수하는 조건으로 민자로 건설됐다. 현재 소형차 기준으로 전 구간(대교+터널)은 1천500원(대교 1천원), 터널은 500원의 통행료가 부과되고 있다. 개통 직전 시행사측은 더 높은 금액(전 구간 1천900원, 터널 800원)을 제시했지만 시민들의 반발로 한시적으로 낮게 책정돼 시범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4월부터 새 요금체계가 적용될 예정인데 현 수준보다 다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2016년 6월 1년간 한시적으로 통행료를 인하해 운영한 결과 대교 이용차량이 당초 예측량의 76% 수준이어서 45억원 정도는 울산시가 손실보전금으로 부담하게 되면서 인상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대교나 터널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교통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정식 개통 한 달 후인 2015년 7월 한 달 간 대교 전 구간 27만7천822대(대교 17만2천8대)였던 교통량은 2016년 11월엔 31만3천337대(대교 19만7천491대)로 늘었다. 터널은 2015년 7월 70만592대에서 2016년 11월 88만3천870대로 역시나 증가했다. 오는 4월 통행료 재책정 시 참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행료 문제 외 당초 예상과 달리 국내 최장 단경관 현수교라는 타이틀을 갖고도 광안대교나 거가대교만큼 랜드마크로 흥행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중구 병영동에 사는 염진철(44·가명)씨는 “통행료가 오른다는 데 염포산터널의 경우 현재 500원이 심리적인 마지노선이다. 더 오르면 부담스러워질 것 같다”며 “오는 4월 재책정 시 이런 부분이 많이 고려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구 서부동에서 사는 이성민(43·가명)씨는 “퇴근길에 거의 매일 대교를 보는데 볼 때마다 야간조명이 약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며 “좀 더 화려함을 가미해 광안대교나 거가대교처럼 대교를 보기 위해 울산을 찾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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