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鷄鳴)-정유년(丁酉年)
계명(鷄鳴)-정유년(丁酉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1.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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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은 닭목 꿩과로 인간에게 길들여진 가금류(家禽類)다. 짧고 둥근 날개는 날 수는 있지만 멀리 날지는 못한다. 그러나 포식자가 접근하면 짧은 거리를 잽싸게 날아서 도망친다. 4개의 강한 발가락은 땅을 파헤쳐 여러 가지 먹이를 찾기 알맞게 진화했다. 암컷은 보통 황갈색의 보호색이지만 수컷은 아름다운 장식 깃털이 특징이다. 솜털로 덮인 새끼는 보호색을 띠지만 족제비, 솔개 등의 포식자로 인한 사망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닭은 주로 초식성으로 벼, 보리, 밀 등을 먹는다. 곤충·지렁이·무척추동물도 눈에 띄면 잡아먹는다. 닭은 일부다처로 생활하며 번식력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조류는 희미하게 동이 터 올 무렵인 여명(黎明)부터 민감하게 반응하여 울음으로 동료들을 깨운다. 닭은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種)이다. 닭이 우는 것을 한자로 쓰면 ‘계명(鷄鳴)’이다.

‘남문을 열고 파루(罷漏)를 치니 계명산천(鷄鳴山川)이 밝아 온다.’ 민요 경복궁타령 가사의 일부지만 적절하게 표현했다. 닭 울음을 성경에서는 메시지로 여기지만 생활에서는 ‘밝아오는 아침’으로 인식한다. 밝아오는 아침과 어두워지는 밤은 대비를 이룬다. 달리 표현하면 삿된 것은 야행성, 선한 것은 주행성이라고 보아도 좋다.

닭 울음소리가 나면 도깨비가 자취를 감추는 것도 계명에 벽사와 진경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신라를 ‘계림(鷄林)’으로 부른 이유도 따져보면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불교에서 ‘계명정진(鷄鳴精進)’이란 용어는 닭 우는 새벽 시간까지 항시 참선한다는 의미로 쓴다.

1. 닭아 닭아 울지 마라 니가 울면 날이 샌다. 날이 새면 나 죽는다 (심청가).

2. 일광(日光)단 월광(月光)단 다 짜고서/ 어느 새에 시집을 가나/ 닭아 닭아 울지 마라/ 잉에 짜기가 다 늦어간다……(베틀가, 민요)

3. 닭아 우지 마라/ 일 우노라 자랑 마라/ 반야진관(半夜秦關)에 맹상군(孟嘗君)이 아니로다/ 오늘은 님 오신 날이니/ 아니 운들 엇더리 (松伊)

4.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렀으랴……(광야, 이육사)

5. 꼬꼬 닭아 울지 마라/ 멍멍 개야 짖지 마라/ 우리 언년이 잘도 잔다. (민요. 자장가)

6. 이에 베드로가 예수의 말씀에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생각나서 밖에 나가서 심히 통곡 하니라 (마태복음 26:75)

6가지 예문에서 ‘닭은 희미한 빛에도 반응한다’, ‘닭은 운다’, ‘닭이 울면 날이 샌다’ 등의 키워드를 찾아낼 수 있다. 모두 닭의 생태적 특성을 이해한 표현이다.

닭의 다섯 가지 덕을 이야기한 계오덕(鷄五德)에도 ‘새벽을 알리는 것으로 믿음을 주며(司晨報時謂之信)’, 억센 발톱이 있어 대항하며(足有塼拒謂之武)’와 같이 닭의 울음소리와 억센 발톱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다.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교회나 건물의 지붕에는 십자가 혹은 피뢰침으로 연상되는 모양 위에 닭이 있다. 닭 장식은 우리나라의 ‘솟대 위의 오리’ 문화와 유사하며, 공항의 윈드색(wind sack)으로 볼 수도 있다.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닭띠인 정유년이다. 1957년생 닭띠가 환갑을 맞이하는 해이다. 69년생(48세), 81년생(36세), 93년생(24세)이 모두 닭띠이다.

닭띠는 자수성가(自手成家)할 팔자라고 한다. ‘자수성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고 반연(攀緣)이 없이 오직 부지런한 노력으로 집안을 일으키고 재산을 모았다는 사자성어다. ‘적수공권(赤手空拳)’이라는 표현과도 일맥상통한다. 결국 금·은수저가 아니란 말이다. 이러한 표현은 닭이 생물학적으로 일찍 일어나며 남의 도움 없이 부지런히 땅을 파헤쳐 먹이를 찾는 습성을 모델로 삼은 것 같다. 닭은 생물학적으로 억센 발가락과 빛에 민감한 특성을 지닌다. 억센 발가락은 땅을 파헤쳐 먹이를 구하는 습성에서 비롯되었다. 빛에 민감한 것은 조류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습성이다.

<당사주(唐四柱)>에 닭띠는 ‘성품이 곧고 고집이 세다’ 또한 ‘손재주가 있으나 적게 벌어서 많이 소비한다’고 했다. 대책 없는 소비의 폐단은 어찌 닭띠에 한정되겠는가. 닭의 계골(鷄骨)은 ‘성품이 후덕하고 충직하며 덕망이 있다’고 했다. 또한 ‘직업은 농업이 크게 유익하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웃자고 소개했지만 닭띠 인생의 넋두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닭을 잡는 데 어찌 소를 잡는 큰 칼을 쓸 필요가 있겠는가(割鷄焉用牛刀)’, ‘소 삶을 만한 솥에 닭을 삶는다(牛鼎烹鷄)’와 같은 표현은 닭의 체구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가리키는 ‘소 닭 쳐다보듯’이란 표현도 있다. 그 외에 군계일학(群鷄一鶴), 꿩 대신 닭, 계륵(鷄肋=닭의 갈비), 계분가(鷄糞家=닭 모래주머니 요리의 점잖은 표현), ‘시기 놓친 봉황은 닭보다 못하다’는 등의 표현도 닭띠 해에 음미해 볼만할 것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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