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행복한 동네 효문동’의 복지허브
‘주민이 행복한 동네 효문동’의 복지허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2.28 2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효문동 행정복지센터를 처음 찾은 어르신 한 분이 “여기가 동사무소 맞능교? 복지센터라고 간판에 적혀 있어서 노인들 밥 해주는 곳인 줄 알고 한참 찾아다녔네”라고 원망 섞인 말씀을 하셨다. ‘동사무소’가 ‘동 주민센터’로 바뀐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사실 주민들에게는 주민센터보다 동사무소란 말이 더 익숙하다. 거기에다 명칭이 ‘행정복지센터’라고 또 바뀌었으니 어색한 것은 당연하지 싶다.

울산시 북구 효문동은 지난 7월 14일자로 동 복지허브화 사업을 시작했고 10월부터는 명칭도 ‘효문동 행정복지센터’로 변경했다. 행정복지센터는 기존의 동 주민센터가 가지고 있던 복지기능을 강화시킨 체계이다. 말하자면, 거동이 불편해서 혹은 방법을 몰라서 주민센터에서 신청을 하지 못해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던 분들을 직접 찾아가 상담을 통해 꼭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이 행정복지센터이다. 이 정책은 동이 중심이 되어 복지서비스를 한층 더 지역밀착형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읍면동 복지 허브화’ 정책의 일환인 셈이다.

지난 8월 어느 무더운 여름날, 독거노인생활지도사의 제보로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한 시간을 헤맨 끝에 겨우 찾아간 곳은 주변에 개 사육장이 있어서 악취와 소음이 심하고 진입로는 잡초로 우거진, 철거지역에 혼자 사시는 김철수(가명, 76) 할아버지 집이었다. 마른 체격에 선한 인상을 가진 할아버지는 청력이 좋지 않으셔서 입모양을 보고 겨우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식당 음식물을 수거해서 생활비를 벌면서 기초연금으로 생활하신다고 했다. 할아버지의 유일한 소망은 보청기를 구입해서 잘 들을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좀 더 쾌적한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이었다.

우리는 먼저 청각장애인 등록을 하기 위해 병원과 절차를 안내하고 사례관리 사업비로 장애진단비를 지원해드렸다. 때마침 ○○라이온스클럽에서 정기 후원 대상자를 찾고 있어서 할아버지를 추천해드렸고, 매월 방문을 통해 약간의 후원금과 물품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청각장애인 등록이 되고 보청기 구입만 남겨놓게 된 어느 날 할아버지는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집으로 찾아가니 낯선 핸드폰 번호가 문 앞에 적혀 있었다. 전화를 걸었더니 할아버지의 아들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며칠 전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셨다는 것이었다. 보청기를 꽂아 편하게 대화하실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사례관리가 허무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혼자 외롭게 생활하시던 할아버지의 삶에 방문하는 사람이 생기고 잘 들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세상 떠나시기 전까지 조금은 행복해 하시지 않았을까 스스로를 위로해 보기도 했다.

효문동은 북구에서 처음으로 동 복지허브화(권역형) 사업을 시작하면서 조직부터 개편했다. 행정팀 외에 복지팀을 6명(복지사무장 1명, 복지행정 2명, 맞춤형복지 3명)으로 구성했다. 복지팀의 맞춤형복지 전담 직원이 복지사각지대 발굴은 물론 찾아가는 방문상담과 통합사례관리, 민·관 협력 활성화 등의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효문동은 권역형 중심동으로서 양정동, 염포동, 강동동과도 복지서비스 업무를 연계하고 있다.

복지 허브화가 시행되면서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우선 찾아가는 복지 상담이 가능해졌다. 복지행정 업무와 맞춤형복지 업무가 분리되면서 인력이 충원되었고 복지대상자의 가정을 방문할 때는 심층적인 상담이 가능해졌다. 실제 생활을 보고 대상가구에 어떤 문제가 있고,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인적자원이 있는지도 파악하게 되었다. 또한 여러 복합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례자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해서 1~6개월 장기 개입하는 통합사례관리도 진행하고 있다. 효문동, 양정동, 염포동, 강동동에서 의뢰한 가구에 대해 매주 사례회의를 거쳐 대상가구를 선정한 다음 7월부터 현재까지 21차례의 사례회의를 통해 52가구의 사례를 관리하고 있다.

민·관 협력도 활성화되고 있다. 민관 협력을 통해서는 관에서 할 수 없는 일들과 도움이 필요한 제도권 밖의 복지대상자까지 더욱 촘촘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효문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2016년 1월, 12명으로 구성돼 1년도 되지 않지만 우리 지역의 복지지킴이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복지 허브화는 사람이 사람을 돕는 휴먼 서비스이자 현장업무이기에 조직과 인력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복지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과 민·관 협력, 그리고 어려운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가진 주민이 합쳐질 때 복지사각지대가 해소되고 주민이 체감하는 복지, 행복한 동네 효문동 복지허브가 완성되지 않을까 한다.

김윤지 울산 북구 효문동 행정복지센터 복지주무관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