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변화는 무죄
물의 변화는 무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2.2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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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지표면은 약 70%가 물이며, 우리 몸도 약 70%가 물이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 물이 많이 있어서 좀 어수룩해 보이는 사람을 ‘물 같다’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물이 풍부한 지역이나 그렇지 사막이나 남극, 북극 지역은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물은 변화를 잘해서 끓이면 수증기가 되고 얼리면 얼음이 된다. 그러나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였지만 눈과 얼음을 구경도 못하고 살아온 적도 지방에 살았던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거짓이라고 하였을 것이다. 이렇게 1기압에서 온도에 따라 상(相, phase)이 변하는 상태도(狀態圖)는 100℃ 이상과 이하의 온도 범위에 따라 기체와 액체, 고체로 변한다.

동식물을 막론하고 살아있는 생명체는 물이 가장 많은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생명체의 물질대사를 물이 기반이 되어 생명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깨끗한 물, 좋은 물이 중요한 것이다. 물은 보이지 않지만 상변화(相變化)를 하면서 힘을 갖고 일을 한다. 장독에 부어놓은 물이 얼면서 장독이 부서지기도 하고, 주전자의 물이 끓으면서 주전자 뚜껑을 들어올리기도 한다. 비교할 수 없는 상대인 바위에 폭포수가 떨어지면서 큰 웅덩이를 내는 것을 보면 물은 양에 따라 발전도 할 수 있고, 열을 전달하기도 하고, 생명을 살리기도 하며, 지구의 대기를 움직이는 힘이 되기도 한다.

생물과 무생물은 원소를 기준으로 탄소원자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분류한다. 즉 탄소가 있는 화합물을 ‘유기물’이라 하고 탄소가 없는 화합물을 ‘무기물’이라 한다. 물은 분명히 무기물이지만 유기물과 함께 있어야만 생명체의 역할을 나타낼 수 있기에 무기물과 유기물의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태양계뿐 아니라 우주에서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더해간다. 우주에서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큰 요소 중 하나는 물의 존재 유무와 유기물의 형성조건 원소인 탄소의 존재 유무에 근거한다.

또한 물은 독특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갖고 있다. 물은 수소 2원자와 산소 1원자가 결합한 분자량 18을 갖는 무기화합물이다. 산소를 중심으로 양쪽에 수소가 붙어있는데 일렬로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104.5도 정도 굽어져 있다. 또한 물분자간 수소와 산소 사이에 수소결합이라는 결합력이 작용하여 비슷한 분자량을 가진 물질과 비교할 때 끓는점도 높고, 비열과 비중도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비슷한 분자량을 갖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의 경우 분자량이 16이고 비점이 ?162℃인 데 반해 에탄의 경우 분자량이 30인데도 비점은 ?13.7℃로 물과 비교해도 특이한 성질을 갖고 있다.

생명체는 주로 유기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물이 잘 어울린다는 것은 물이 얼마나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처럼 물은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를 하면서 지구에는 자연현상을 보여주고, 우리 사람들에게는 유익을 주지만 어떤 때는 재앙을 안겨다주기도 한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가지 않는 곳이 없지만 갈 수 없는 곳은 피해 가면서 마침내 큰 바다에까지 이른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수증기는 구름이 되고 비가 되면서 순환한다. 물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녹여내고 운반하는 생명체처럼 순환하면 생명을 가져다주지만 한곳에 고여 있으면 죽이는 물이 된다.

이러한 물의 오묘한 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이전에도 희랍의 엠페도클레스는 4원소 설을 주장하면서 물이 꼭 필요한 원소라고 했다. 서양뿐 아니라 동양에서도 물의 순환과 변화의 이치에서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멋진 성어가 만들어졌다.

옛날에는 치수(治水)를 잘하여야 나라가 부강할 수 있고, 3년 가뭄보다도 석 달 장마가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가뭄과 장마는 다 물과 관련된 재난이다. 이렇게 중요하고 무서운 물을 우리가 물같이 쓴다느니, 물 같은 사람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것은 물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탓일 게다. 올 여름 울산도 석 달은커녕 사흘 장맛비에 도시가 마비되는 수재로 고통을 받고 아쉬워한 사태는 우리에게 커다란 교훈을 안겨주었다.

물은 순환하고, 변화하고, 정화하고, 순수해지려는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많은 수증기가 모여 물방울이 되고 시내가 되고 강물이 되고, 바다는 모든 물을 받아들이고 재순환을 이루어내는 모태이다. 또한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구름이 되어 변하는 변신은 무죄이다. 물에다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물은 자기 이름을 내어놓는다. 음료가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올 겨울은 어릴 때 눈사람이 잘 만들어지는, 솜방망이처럼 큰 함박눈이 조금 내려주면 좋겠다. 새하얀 눈이 내린 깨끗한 세상에서 티 없는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해 본다.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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