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목이 나무의 목을 조르고 있다
지주목이 나무의 목을 조르고 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2.2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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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때 끼워놓은 목줄을 풀어주지 않아 피와 고름이 흘러내리는 개들의 모습을 TV 화면에서 가끔 봤다. 도와주려는 사람을 피해 도망가는 개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이런 개들과 비슷한 아픔을 공원의 나무나 가로수들도 겪고 있다. 처음 심을 때 나무가 넘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지주목과 철사와 노끈이 목을 죄고 있다. 나무는 말도 없고 움직이지 않아 눈에 띄지 않다보니 방치되고 있다. 그런 사이 나무들은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

소나무의 눈물

최근 울산 최고의 관문이 된 울산역사 앞과 주차장 출구 옆에 심어진 큰 키의 소나무들이 울고 있다. 지주목은 헐거워져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반복적인 움직임에 따라 수피를 갈아낸다. 맨살이 드러나 만질만질하다. 그 상처부의 경계지점에서 송진이 흘러내린다. 그 옆의 나무들도 비슷하거나 철사가 파고들어간 나무도 눈에 들어온다.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울 정도다. 심고 나서 한 번도 조정해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목이 졸린 느티나무

울산역사 주차장 출구 옆에는 느티나무와 왕벚나무, 단풍나무 등 큰키나무가 심어져 있고 어김없이 지주목이 받쳐주고 있다. 나무들은 지주목과 철사를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지 못하고 있다. 가까이에 있는 소나무가 넘어지지 않도록 느티나무에 묶어둔 손가락 굵기의 노끈은 느티나무의 수피를 파고들어가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다. 잡아당겨도 빠지지 않는다. 노끈은 수피를 벗겨낸(박피한) 것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양분의 통로가 막혀버렸다. 나무는 기형적으로 자란다.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탄수화물은 뿌리로 내려가야 한다. 뿌리에서 빨아들인 물과 양분은 위쪽으로 보내져야 한다. 그런데 가운데 물관과 체관부가 지주목으로 인해 막혀 헐리고 있다. 나무는 살기 위해 위쪽 가지를 말리고 밑동에서 가지를 여러 개 내어 사는 방법을 택했다. 나무 그늘이나 모양의 수려함은 기대하기 힘들다.

어린이공원 느티나무·소나무의 외침

북구 명촌동 한 어린이공원의 느티나무·소나무들은 심을 때 받쳐놓은 지주목을 빼지 않은 탓에 나무들이 입을 크게 벌리고 그 지주목을 몸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릴 때 부피생장을 많이 하는 속성수의 나무들은 지주목뿐 아니라 철사까지 몸속에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 받아들이면서 난 상처로 수액이 흘러나와 썩으면서 버섯이 피었다.

결국 허리가 부러지는 나무들

울산대공원 내 국궁장 안쪽에 심어진 메타세쿼이아와 왕벚나무들도 지주목을 몸속으로 품다가 위쪽과 아래쪽만 비대해지다보니 태풍이나 강한 바람에 허리가 부러졌다. 언론으로부터 지적받고 개선은 했지만 지주목 흔적은 아마도 나무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흉터로 남을 것이다. 그런데 법이나 지침에는 지주목 관리 지침이 없다. 가로수나 정원수를 심고 받쳐놓는 지주목에 대한 제도나 지침이 없지만 하자보수 기간인 2년 동안은 나무의 생육상태에 대해 면밀히 살핀다. 하지만 2년 후에는 누가 철거할 것인가? 언제 조정해줘야 하는가? 등등에 대한 내용이 없다. 하자보수가 끝나면 끝이다. 지주목은 스스로 풀려 떨어져 나갈 때까지 그대로 둔다. 따라서 가로수 지주목에 대한 설치, 관리, 철거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 하자보수 기간이 끝나면 각 구·군이나 시에서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공원을 세심하게 살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적극적인 공원수 관리를 위한 매뉴얼과 지침이 필요하다.

세금으로 만든 공원의 나무들이 아름다운 공원수가 될 수 있도록 시민의 감시의 눈길이 필요하다. 공원의 나무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집 주변이나 동네 공원의 나무들은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길고양이나 개들도 시민들의 작은 관심으로 생명을 살려낸다. 지주목을 받쳐놓은 부분을 한번 살펴보면 나무의 어려움을 바로 알게 된다. 나무들은 개처럼 도망가지도 않는다. 우리 손으로 직접 철사만 풀어줘도 나무는 ‘고맙다’고 방긋 웃음 지을 것이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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