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유감(遺憾)
사재기 유감(遺憾)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2.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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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빵, 달걀 가격이 오른 데 이어 라면 값까지 뛰어 서민생활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최순실과의 악연(惡緣)으로 만들어진 국정 혼란기에 ‘장바구니 물가’도 덩달아 기승을 부린다.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계란 값은 30% 폭등하고 가뜩이나 어려운 외식업계도 초비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재기’ 현상이 만연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오류(誤謬)’가 분명히 있어 보인다.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렸다. 또 AI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AI 발생농장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가금류는 전부 도살처분 하는 등 방역조치를 강화한다. AI 심각 단계가 발령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에도 심각 단계 발령이 나긴 했지만 당시엔 AI보다 구제역이 더 문제였다. 초유의 AI 사태로 가금류와 계란 소비 위축이 가속화돼 관련 업계 피해도 커지고 있다니 서민경제가 걱정이다.

‘AI’는 닭, 오리, 철새 등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주로 직접 접촉에 의해 전파되지만 바이러스에 오염된 사람이나 차량에 의해서도 전파가 가능하다. 이번 AI는 전염 속도가 역대 최고로 빨라 관련 업계에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다.

지금까지 역대 최대 AI 피해는 2014년 195일간 1천396만 마리를 살처분한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닭, 오리 등을 잃은 농가에 2천40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번엔 불과 한 달 만에 1천500만 마리 이상을 살처분 했다. 또다시 대규모 재정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란다.

농가 피해는 AI 후폭풍의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대량 살처분에 의한 육계, 산란계 공급 부족은 전후방 산업에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 당장 계란 값이 치솟고 있다. 이번에 살처분된 가금류 중 약 70%가 산란계여서 공급량이 급감한 탓이다.

대형 할인점 롯데마트는 20일부터 계란 판매 수량을 제한하고 가격도 10% 정도 더 올리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계란의 수급 상황이 더 나빠졌기 때문에 오늘(20일)부터는 불가피하게 계란 판매 수량을 ‘1인 1판(30알)’으로 제한하고 가격을 10% 인상할 예정이란다. 만약 예정대로 계란 값을 10% 추가 인상할 경우 ‘한판(30알)’의 가격은 7천원대 중반까지 뛸 것으로 예상된다. AI 여파로 계란 값이 폭등하고 이마저도 사기 힘들어지는 등 ‘계란 대란’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항공기를 이용한 계란 수입을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계란을 수입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처럼 AI 탓에 계란 가격이 장기적으로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사재기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3분의 기적’ 라면도 20일의 가격 인상을 앞두고 ‘수요 폭증’과 ‘사재기’가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농심은 18개 품목의 라면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할 계획이다.

‘사재기’는 많은 수량의 물건을 사서 보관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가격이 오를 때의 차익을 노리고 필요 이상으로 아이템을 사 두는 일이지만 차익을 노린 사재기 현상이 오히려 가격 급등을 불러오기도 한다. 하지만 계란의 권장 유통기한은 실온에서 7일에서 최대 20일, 냉장상태도 최대 35일 정도라는 점과 라면의 보편적 유통기한이 6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물가가 오르더라도 사재기가 무조건 이익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제라도 정부에서는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해 AI 2차 피해 발생 차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 스스로의 사재기를 제어하는 현명한 선순환 소비문화 지혜도 절실해 보인다. 지혜는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행복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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