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정책대립이 곧 의회의 역할
건강한 정책대립이 곧 의회의 역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2.18 2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때면 생활정치의 최일선 현장인 기초의회는 분주함에 정신이 없다. 머리를 흐트러뜨린 채 관을 쓴다는 ‘피발영관(被髮纓冠)’이란 말이 딱 어울릴 정도다.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행정사무감사를 시작으로 새해 예산안과 추경예산안 심의에 이르기까지 33일간에 걸친 장기 레이스를 벌이는 셈이다.

얼마 전 중구의회가 결정한 새해 예산안 심의를 둘러싼 논란과 진통이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덕분에 중구의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이 지역 언론을 통해 중구민은 물론 울산시민들에게 심심찮게 알려졌다.

기초의회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을지 늘 고민거리였던 점을 감안하면 언론의 관심이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가 타 구·군 의회와 뒤엉켜 자칫 의장단 내홍이나 파벌싸움 정도로 치부된 점은 안타깝기만 하다.

올해 중구 예산안 심의는 말 그대로 산고의 노력 끝에 도출됐다.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과정에서 오랜 논쟁을 겪었고 뒤이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역시 오전부터 시작된 회의가 밤 12시를 넘겨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이번 예산안 심의의 화두는 마두희 축제 관련 예산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당 상임위에서 마두희 축제 관련 예산 7억1천900만원이 삭감됐지만 예결위 논의 과정에서 다시 부활됐다.

하지만 마두희 축제 예산을 삭감한 배경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의 내홍이나 구청장에 대한 친분 관계를 둘러싼 파벌 따위가 아니었다.

당초 집행부가 편성해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보면 한 해 구정 운영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올해 중구가 편성한 예산안을 살펴보면 올해 대비 문화관광실 예산이 56% 이상 늘었고 평생교육과 역시 41% 이상 증가했다.

반면 태풍 차바로 인해 심각한 재난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안전총괄과의 예산은 46% 이상 감소하고 건설과 역시 38%가 줄었다. 결국 축제성 행사 예산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우리 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던 것이다.

마두희 축제 역시 수년간 펼쳐진 축제 과정 속에서 많은 주민들이 제기한 관변단체나 공무원들이 동원되는 축제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의회가 반영한 부분이다.

즉 상임위원회에서 마두희 축제 예산을 삭감하며 걸었던 단서조항이 바로 ‘인원동원 금지’였다.

축제의 내실화와 효율성을 높이기 바라는 의회 나름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에 대해 집행부 역시 보완책을 마련해 왔고 이를 예결위에서 설명하고 의원들의 설득 과정을 거친 끝에 합의점을 도출해 삭감된 예산이 다시 부활했다.

설왕설래의 논란과 진통을 겪었지만 집행부는 나름의 예산집행 필요성을 충분히 소명하는 계기를 가졌고 의회 역시 주민 혈세인 예산이 무분별하게 낭비되는 사례를 견제하는 제 역할을 한 셈이다.

의회와 집행부의 건강한 ‘정책적’ 대립이 사리사욕을 위한 ‘정치적’ 대립으로 비춰지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난 7월 우리 중구의회의 의장단 선출은 대화와 소통 속에 그 어느 기초의회보다 합리적으로 이뤄졌다. 이는 제6대 의회 전반기 원 구성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선진의회로서 모범적이었단 평가도 얻은 바 있다.

기초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구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견제와 감시다.

특히 한 해 구정 살림을 결정짓는 예산심의는 집행부를 견제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에 대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통과시키는 것은 의회 스스로가 거수기로 전락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기초의회 의원들은 선출직 가운데 가장 주민들과 가까이에서 접촉하며 밑바닥 민심을 읽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감히 자평한다.

비록 기초의원의 의정활동이 크게 눈에 띄지도, 관심을 끌지도 못할지라도 늘 생활정치의 최일선에 있다는 자긍심과 초심만큼은 호도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서경환 울산광역시 중구의회 의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