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된 촛불민심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된 촛불민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2.1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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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前代未聞)의 촛불시위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었다. 촛불에 곁불을 쬐던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은 점령군 행세로 월권(越權) 중이고, 급기야 집회의 취지를 흐리는 일부 세력들은 이석기·한상균의 석방까지 외치고 있다. 또 촛불시민의회 대표단을 만들겠다는 오만한 시도는 시민들의 반대로 좌초했다. 어렵게 성취한 민주화 혁명이 몇몇의 장난으로 '도루묵'이 될 지경이라 안타깝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기존 집권여당과 정부의 당정 협의를 대체할 국회·정부 협의체를 제안하는 등 '집권당 모드'에 뿍 빠졌다. 추미애 당 대표는 "탄핵 이후 (기존) 집권당은 의미가 없다"고 했고, 대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는 '국가 대청소'를 주장했다. 급기야 민주당은 탄핵 심판을 앞둔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기까지 한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니 마치 자기들이 정권을 잡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고 있노라니 야당의 대선 주자들이 마치 인수위의 국정 과제를 제시하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하지만 풍비박산 난 여당 쪽에서도 당 지지율이나 의석 구조 등에서 이렇다 하게 야당을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과거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는 두 번 다시 없는 기회이자 하늘이 준 기회"라고 점령군 대장 같은 발언을 했다지만 필자에겐 '헛물'과 '착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문 전 대표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촛불집회 참석 등 '광장정치'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촛불민심에 편승한 지분 덕분에 박대통령을 탄핵했었지만 이에 따라 자연적으로 '대권'이 문 전 대표에게 간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잘못된 적폐(積弊)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단언컨대, 없다. 그러나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비리와 부패에 관련된 공범자들을 '청산'하는 것부터 국정농단을 앞장서서 비호한 권력기관의 공범들을 '색출'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오만스런 표현을 보면 최소한의 '동업자 정신'도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진행돼온 촛불집회가 도를 넘은 '광장정치의 장(場)'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니 걱정이다. 지난 10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첫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선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크게 줄어든 대신 극좌·노동단체들의 정치투쟁 구호가 부쩍 늘어났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별 상관도 없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석방하라고 대놓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방송인 김제동과 이진순 '와글' 대표 등 촛불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일부 인사가 촛불민심을 대변할 '온라인시민의회 대표단'을 시민 직접 추천으로 공개 선출하자고 제안했다가 다른 촛불집회 참여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를 중단했다니 실망스럽다. '시민의회' 대표단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 특검, 언론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런 계획에 대해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온라인시민의회 사이트 토론방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글도 격려보다는 질타하는 내용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그렇게 완장이 차고 싶으면 국회로 가라"고까지 했다.

정말이지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된 촛불민심이 걱정스럽다. 점진적인 발전을 위해선 누구와도 타협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용기임에도 장외투쟁의 선봉에 선 문재인 같은 야당에게 정권을 맡긴다면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요원해 보인다. 정권을 맡기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권능력이 있는 대선 주자의 등장이 필요해 보인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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