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돌고래씨름단의 위기
동구 돌고래씨름단의 위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2.1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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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샅바나 띠를 넓적다리에 걸어 서로 잡고, 일정한 규칙 아래 기량을 겨루어 먼저 땅에 넘어뜨리면 이기는 한국 고유의 운동. 단오를 비롯하여 여러 명절날은 물론, 농한기나 사람이 모이는 장터 등지에서 전국적으로 행해진 대표적인 민속놀이 씨름.

씨름의 유래는 고구려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5세기경 만들어진 고구려 고분 각저총의 벽화에는 고구려인과 매부리코의 외국인이 씨름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고려사에는 ‘왕이 용사를 거느리고 씨름 놀이를 구경했다’는 기록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일제강점기에는 민족 말살 정책도 이겨내고 명맥을 유지했다.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씨름도'에서 보듯이 옛부터 우리 민족은 씨름을 즐겼고, 울산에서도 씨름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이 많다.

192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까지 울산에서 전국의 장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씨름대회가 벌어졌다. 시민들의 씨름 사랑도 대단해 씨름이 열리는 때는 어김없이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70년대 초반까지 서울에서 해마다 전국씨름대회가 열리고 나면 곧이어 추석에 울산의 전국씨름대회가 태화강에서 열렸다.

당시 김짝지를 비롯해 우성열, 김용준, 김영태, 최흥락, 이종진, 황치근, 정문수, 박두진, 김용준 등 울산 출신 역사들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씨름을 즐기는 모래밭이 줄면서 대회마저 시들해 지면서 명맥이 끊기는 듯 했다. 다행히 1998년 울산 동구청이 실업체육팀 '돌고래씨름단'을 창단하면서 다시 울산 씨름 역사가 이어지면서 전국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 비록 지역 출신의 씨름 선수가 아니라 선수 영입에 따른 돈이 들어가는 것이 전제된 것이었다.

'돌고래 씨름단'은 울산지역에서 유일한 씨름 실업팀이다.

그런데 울산시 동구의회가 '돌고래 씨름단' 예산 중 선수 재계약을 위한 예산을 전액 삭감해 울산 씨름의 명맥이 끊어질 위기를 맞고 있다. 삭감된 예산은 울산시 지원 재계약을 3억원이다.

동구는 추경에 예산을 확보하면 된다는 낙관론을 내놓으면서 씨름단 운영에는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깎인 예산이 감독과 선수 10명 중 5명의 선수에 대한 재계약에 필요한 비용이라는 게 문제다. 실업팀 선수가 자원봉사를 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번에 예산 삭감을 주도한 동구의회 한 의원은 동구 예산에서 씨름단의 예산이 갈수록 비대해 지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 창단시 3억원에서 13억으로 늘어나 동구 전체 예산의 1%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구군이 운영하는 실업체육팀에 비해 너무 많다는 것이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유명선수를 데려다 성적을 올리는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실업팀 취지에 맞게 평범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적처럼 실업팀 운영의 취지는 운동 종목의 보급하는 수준으로 운영하는 것을 바라는 것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씨름은 울산의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스포츠인 것은 물론, 울산의 유일한 실업팀으로 전국에 울산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운영이 지속돼야 한다.

씨름을 보급하려면 오히려 예산을 더 확보해 더 우수한 선수를 선발해야 하지 않을까. 프로 씨름팀이 줄줄이 해체되면서 우수한 선수들이 밀려나거나 다른 종목으로 옮기면서 재미 없는 체급별 경기로 전락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박선열 편집국/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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