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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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무척 혼란스럽다. 붓을 들었던 지난 11월 29일, 대통령은 조건부 사임을 전제로 한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고, 야당과 많은 언론은 즉각 반발했다.

사흘 앞선 11월 26일의 촛불집회 때는 전국에서 약 19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대통령의 조건 없는 하야를 촉구했다. 특히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지금껏 젊은 세대들의 정치 무관심을 조롱하던 일부 언론들은 머쓱하게 되었다.

여하튼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대통령중심제 민주주의를 60여 년 동안 운영해 온 대한민국에서는 처음 겪는 일들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에 역사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미래 대한민국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되었다고 평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여기서 미래의 역사를 결정하기 전에 우리 과거의 역사를 한 번쯤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으로서 대통령을 3차례나 역임했다. 그러나, 3·15 부정선거로 촉발된 4·19 혁명이 일어나면서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그는 미국 하와이로 망명한 뒤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 뒤에는 대한민국 4대 대통령으로 윤보선 대통령이 선출되었으나, 5·16 주체세력과의 갈등으로 짧은 기간 재임한 후 권력을 내려놓았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5·6·7· 8·9대 대통령으로 5대에 걸쳐 장기집권을 누렸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경제·국방 분야에서 좋은 업적을 남겼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유신헌법 선포 등으로 독재를 기도했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1979년 10월 궁정동 연회 도중 측근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쓰러지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해야 했다.

그 다음으로 최규하 대통령이 10대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8개월 만에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만다. 이어 11·12대 대통령으로 전두환 대통령이 간접선거제, 이른바 ‘체육관 선거’로 선출되었다. 1988년 퇴임한 이후 7년 뒤인 1995년 구속 기소되어 내란 및 반란 수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1997년 12월에 사면되었다.

13대 대통령이었던 노태우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인 1987년 6·29선언을 발표했으며, 이를 계기로 5년 단임의 대통령직선제를 통해 선출되었다. 퇴임 이후 전두환 대통령과 함께 법정에 섰고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전두환 대통령과 함께 사면되는 수순을 밟았다.

14대 김영삼 대통령 역시 금융실명제 및 지방자치제 도입 등의 업적이 존재하긴 하지만 정권 말기에 차남이 뇌물수수에 연루되면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15대 김대중 대통령은 IMF 극복, 북한과의 정상회담, 한국인 역사상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 등의 업적을 남겼으나, 그 역시 정권 말기에 아들들이 비리에 연루되면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이후 16대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 정한 ‘중립의무 위반’의 사유로 탄핵소추를 당해 직무를 일시 정지당해야 했다. 임기 후에는 측근 및 본인이 검찰 조사를 받았고 끝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17대 이명박 대통령은 젊은 나이에 현대건설 사장이 되면서 ‘샐러리맨의 신화’를 만들었고, 이후 국회의원, 서울특별시장을 거쳐 역대 최대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집권 기간에 의욕적으로 추진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으며, 재임 중 현직 대통령의 형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의 대통령은 조건부 사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아름답지 못한 물러섬 혹은 비극적인 마무리, 이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단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아서 생기는 문제일까? 만일 이 모든 문제가 대통령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되었고, 그러기에 대통령만 바뀌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있는 것일까?

우연이 되풀이되면 필연이 된다고 한다. 이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스템 자체를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역사가 가는 길은 국민이 만드는 것이며, 그에 대한 책임도 우리 국민에게 달려 있다.

< 안남수 울산과학대 안전및산업경영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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