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법칙’ 그리고 인파계산법
‘3.5%법칙’ 그리고 인파계산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1.2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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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상 ‘역대급’ 촛불집회를 5차례나 이끌어낸 ‘최순실 게이트’가 신조어에 이어 새 법칙, 새 방법론까지 수면위로 밀어 올려 국민들의 호기심과 지식욕을 양껏 채워주고 있다. 여기서 ‘새 법칙’이란 미국 덴버대학교 정치학과의 에리카 체노웨스(Erica Chenoweth) 교수가 주장한 ‘3.5% 법칙’을, ‘새 방법론’이란 촛불집회 인파 계산법을 가리킨다.

5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새삼 조명받기 시작한 ‘3.5% 법칙’은 체노웨스 교수의 저서 ‘시민저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2012)’에 나온다. 그는 2013년 11월 세계적 강연 프로그램 ‘테드(TED)’에서 이 법칙을 소개했다. 1900년~2006년 사이에 일어난 시민저항 운동(=반정부 운동)을 분석, “한 나라 전체인구의 3.5%가 꾸준히 비폭력 시위를 이어가면 어떤 정권이라도 버티지 못하더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나라마다 정치상황이 다른 만큼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고 지적한다.

여하간 5차 촛불집회를 준비하던 주최 측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주최 측은 “통계적으로 비폭력 시위는 폭력 시위보다 성공 가능성이 2배 더 높았다. 반정부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되면 실패할 가능성이 50% 가까이 된다”는 체노웨스 교수의 지론을 인용, 비폭력·평화 시위를 호소했다. 앞서 조 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주권자는 광장에서 3.5% 법칙을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고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평화적·비폭력적으로 시위를 할 때 박근혜 정부는 무너진다, 지금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인파 계산법에는 성균관대 원병묵 교수와 서울시립대 박인규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경찰과 주최 측이 추산한 촛불집회 참여 인원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며 ‘전문가’ 이름으로 새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참고로 3차 촛불집회(11.12) 당시 경찰은 26만, 주최 측은 100만으로 계산해 4배 차이를 보였다. 원병묵 교수와 박인규 교수, 그리고 경찰의 인원 집계 방식에 대한 비교·분석은 4차 촛불집회 이후 언론매체들이 시도했다. JTBC 보도(11.24)를 본보기로 들어보자.

경찰은 1평(3.3㎡) 안에 사람이 앉으면 6명, 서면 10명이 들어간다고 보고 평균 8명으로 계산한다. 경찰은 이 표본을 전체면적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전체 집회인원을 추산한다. 대규모 집회이다 보니 한 명, 한 명 다 셀 수 없어서 나온 고육지책인 셈이다. JTBC 기자는 “논리는 있지만 정확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방식이다. 예전에 해수욕장에 몇 명 다녀갔느냐 하는 식의 아주 전통적이고 어림잡는 방식”이라고 촌평했다.

그 다음 성균관대 원병묵 교수와 서울시립대 박인규 교수의 모델이 소개됐다. 원 교수는 경찰이 고정인원만 계산했을 뿐 유동인원은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릇에 가득 담긴 물(A)을 예로 들며 “경찰은 물의 총량을 A라 하지만 다른 쪽으로 빠져나간 물(B)까지 합친 ‘A 플러스 B’를 물의 총량으로 보아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한편 박 교수는 사진에 나타난 촛불 개수 하나하나를 헤아린 다음 1만㎡를 표본 삼아 그 안에 몇 개의 불빛이 있는지 일일이 세는 방법을 구사했다. 그는 촛불 든 사람 수를 활용하면 들지 않은 사람(피켓을 들거나 아무 것도 들지 않은 사람)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방식으로 추산한 3차 촛불집회 참가 인원은 경찰이 26만, 원병묵 교수는 98만(고정인원 26만+유동인원 72만), 박인규 교수는 50만으로 나타났다. JTBC는 “박 교수의 계산에서도 유동인구는 빠졌다”면서 “원 교수의 주장까지 참고해 보면 이날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의 단순한 셈법과 달리 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숫자, 흘러지나간 숫자까지 빠짐없이 파악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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