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품은 도서관에서 지식·감성 곳간을 채우다
한옥 품은 도서관에서 지식·감성 곳간을 채우다
  • 윤왕근 기자
  • 승인 2016.11.2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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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가볼만한 중구 외솔한옥도서관
▲ 외솔한옥도서관 전경.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일컫는다. 일년 내내 열심히 가꾼 곡식을 거둬들여 가을에 차곡차곡 쌓아놓듯 머릿속에 지식과 감성을 담기에도 가을이 가장 알맞기 때문일 것이다.

출근길에 매서운 칼바람이 귀가 아리도록 부는 것을 보니 어느덧 11월, 가을의 막바지이자 겨울의 문턱인 그 시기가 다가왔다.

내년 이 시기가 되면 한없이 복잡한 감정이 온 기운을 감싸게 된다. 가을 탄다고도 한다.

만추(晩秋)의 거리에 쌓인 낙엽은 올 한해도 이렇게 가는구나 싶어 돌이켜보니 남는 것은 후회밖에 없고 또 한살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이 드니 왠지 서럽다.

이럴 때 일수록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 추운 겨울을 위해 농부가 곡식을 창고에 쌓듯 따뜻한 봄날을 맞기 위해 마음의 양식을 채워야 한다.

어쨌든, 이왕 더 나은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면 준비만이 살길이며, 그 정답은 바로 ‘독서’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세계최고의 부호인 빌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라고 말했다.

완연한 늦가을, 싱숭생숭한 마음을 따뜻하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기 위해 도서관에 가보자.

▲ 외솔 최현배 선생 동상.

이왕 도서관에 가는 것, 고즈넉한 분위기에 새소리를 들으며 독서에 집중하고 싶다면 중구 외솔한옥도서관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중구는 지난 9일 일제강점기 한글학자이자 민족지도자인 외솔 최현배 선생 탄생 122돌을 맞아 외솔 생가 인근인 동동 497-1번지에 지역 최초로 한옥도서관인 ‘외솔 한옥도서관’을 개관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외솔 한옥도서관은 총 9억원을 들여, 268㎡ 부지에 연면적 70.58㎡ 규모의 지상 1층 전통한옥 형태로, 조선시대 교육의 산실인 서원의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켜 향후 관광상품으로써의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이곳에는 외솔기념관에 보관돼 있는 한글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 청소년, 성인을 위한 전문서적과 일반서적 500여권 등 전체 1천447권을 비치해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일반 도서관의 기능뿐만 아니라, 주변에 은행나무 등 수목을 식재하고, 돌계단과 흙길 등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 힐링의 공간으로도 활용될 방침이다.

앞서 중구는 외솔기념관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고, 한글교육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중구 동동 외솔기념관 일원에 한옥도서관 건립에 착수, 지난 8월말 완공하고 운영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태풍 ‘차바’의 피해로 인해 그동안 개관식을 진행하지 못했고, 사전 운영을 통해 일부 주민들에게만 개방됐으나 하루 평균 1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어 왔다.

또 하나 볼거리는 외솔기념관이다.

외솔 최현배 선생은 일제강점기 우리말과 글을 지킨 독립운동가이자 한글 보급과 기계화, 정보화를 위해 평생 한 길을 걸은 한글학자이고 페스탈로치의 이상적 교육을 실현한 교육이다.

외솔기념관에는 외솔이 어두운 일제강점기를 견디면서 한글연구와 보급에 힘쓴 노력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외솔한옥도서관 내부모습.

1956년 외솔이 한글 가로풀어쓰기를 창안하고 한자 안쓰기와 한글 기계화에 대해 다룬 ‘글자의 혁명’과 방언연구 노력의 흔적인 ‘시골말 캐기 잡책’이 비치돼 있다.

특히 한글 가로풀어쓰기는 당시만 해도 세로읽기, 세로풀어쓰기가 당연하다는 대체적인 분위기 속 혁신적인 것이었다. 외솔의 이런 노력 끝에 우리는 서적이나 신문, 각종 미디어 매체 속에서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가로읽기, 세로풀어쓰기를 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외솔이 쓴 문법책인 중등조선말본, 큰사전, 한글만 쓰기의 주장 등 다른 저서를 비롯해 외솔이 입었던 복식과 외솔타자기 등 외솔의 한글사랑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외솔한옥도서관은 매주 화요일에서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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