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자살, 도움 요청의 목소리로 이해해야
[의학칼럼] 자살, 도움 요청의 목소리로 이해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0.14 2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적 화두중의 하나가 자살인 것 같습니다.

근래에 유명 인사, 유명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으로 인해 더욱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자살은 개인 뿐만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줍니다. 베르테르 효과(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하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로 인해 자살이 더욱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살통계는 예상보다 심각합니다. 2005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면 지난 2004년 1만2천47명이 자살로 사망했고 전체 사망원인 중 4위를 차지했습니다.(1위 암, 2위 뇌혈관질환. 3위 심장질환, 5위 당뇨병) 하루에 약 33명꼴로 자살로 사망하며 마치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질병처럼 자살로 인한 사망이 매우 높습니다. 약 10년 전에 비해서는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1세부터 60세 인구까지만 따로 떼어놓고 통계를 내어보면 사망원인 1위가 자살, 2위가 교통사고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왕성한 신체적, 사회적 활동력이 있는 시기에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이 제일 많은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엄청난 경쟁 사회구조, 풍부한 정보통신 인프라, 높은 교육열 등으로 인해 얻은 것도 물론 있지만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존중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익명성을 방패삼아 한 개인의 소중한 인생을 웃음거리, 농담거리로 만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무감각해져가고 있습니다.

자살은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부과하는 죽음 행위를 말합니다. 이것은 충동적, 의미 없는 행위가 아닙니다. 자살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고통스러운 위기나 문제로 부터의 탈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되어집니다. 그러므로 자살시도는 주변에 구조를 요청하는 신호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실제로 자살자의 2/3은 자살의도를 타인에게 알립니다. 농담 반 진담 반 비슷하게 표현합니다.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않을 거예요”, “죽고 싶어요.” 등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런 편안함, 주변에 대한 정리, 약물이나 알코올을 탐닉, 종교에 심취 등의 행동상의 변화를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고통에 지쳐 힘들어 자살까지 생각하는 가족, 이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을 돕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과 약간의 지식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열심히 경청하고, 감정적으로 공감하며, 상대를 존중하겠다고 다짐한 다음, 우선 일상의 따뜻한 인사를 건네시고 아래의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꼭 답을 주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열심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 실제 자살의도가 있는가? 2. 자살의 방법은 무엇인가? 3. 자살방법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4. 과거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가? 상대를 도와주고 싶고 아픔에 대한 동감이 있다면 이러한 질문을 할 때 주저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공감 없는 대화는 더욱 아픔을 배가 시킬 수도 있음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위의 질문들에 구체적인 답변을 할수록 자살의 위험도가 매우 높은 상태입니다. 즉시 가족에게 알리고 적극적인 환경적 도움 및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가 필요합니다.

모든 자살의 80% 는 우울증 및 우울한 감정과 연관이 있습니다. 우울증의 경우 60%가 자살사고가 있으며 15%가 자살시도하며 1~3%가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우울증은 매우 불편하고 개인의 신체적, 사회적 적응력을 현저히 저하시키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90% 이상 완치될 수 있는 병입니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이며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두뇌의 신경생리학적인 변화가 일어난 현상일 뿐입니다. 마치 개인의 잘못 때문에, 또는 의지가 약해서 병이 생겼다는 질병에 대한 오해로 인해 소중한 치료를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아울러 국가적 차원의 시스템 구축 및 점검도 필요합니다. 자살예방교육, 자살 위험자의 조기발견 및 의료시스템과의 연계, 사회보장제도 정비 등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 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간존중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입니다. 최근에 일어나고 자살에 관련된 많은 사회적 이슈와 경각심을 통해 우리 모두가 조금이라도 반성할 시간을 가졌으면 하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 김재홍 동강병원 정신과과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