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울산지역 노사관계 해법은
<기획>울산지역 노사관계 해법은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6.11.2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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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전문가에게 길을 묻다

세상 모든 협상의 미덕은 언제나 ‘양보와 타협’으로 귀결된다. 작금의 갈수록 거칠어지고만 있는 울산지역 노사관계의 근본적인 해법도 결국은 그 두 개의 가치에 있다는 건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미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한 회사들의 유수한 사례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다. 문제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도 어떻게 하면 노사 간에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낼 것인가에 있다.

이에 본지는 노사관계에 능통한 대학교수 2명으로부터 전화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들었다. 그들에게 던져진 질문은 단지 하나. 바로 ‘갈수록 거칠어지고만 있는 울산지역 노사관계에 대한 해법제시’였고, 그들은 수화기 너머로 아주 긴 내용을 아무런 막힘도 없이 술술 풀어놨다. 다음은 그들과의 인터뷰 내용.

“귀족노조 잦은파업 ‘사회적 압력’ 작용 노사 민정협의회· 新리더십 필요”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유규창 교수

-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1996~1999)

-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2010)

- 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2014~2016)

- 한양대학교 학생처장(2014~)
 

▲ 한양대 유규창 경영학부 교수.

정부나 국회의원, 혹은 경제인이나 노조 지도부 누구도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다. 노사관계에서 우리는 이미 많은 경험들을 해왔고, 각자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크고, 불신도 크다.

각자가 어느 정도는 이해집단들이라 자신들의 이해에 대해서만 행동한다. 노사 관계와 관련해 큰 그림을 그리면서 협력해 나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악순환만 계속될 뿐이다.

따라서 천재지변이 일어나거나 강력한 대통령이 등장해 강제적인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축되지 못한다면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압력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노조가 올해 24차례나 파업을 벌이며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직전까지 갔던 현대자동차 올해 협상도 그렇게 해서 풀리지 않았나.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역시나 노조의 잦은 파업에 대한 사회 전반의 압력이었다고 본다.

원청 노조의 파업으로 생사기로에 놓였던 부품협력사들의 호소를 비롯해 현대차 불매운동, 또 노조의 잦은 파업에 대한 인터넷상의 비난 댓글 등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제 거대 기업의 파업은 단순하게 그 기업만의 일이 아님을 보다 체계적으로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노동조합의 지도부를 제외한 일반 조합원들과 주변 공동체(주민·상인·시민단체 등등)로 이뤄진 ‘노사민정협의회’를 구성해 매년 벌어지는 노사협상 때마다 함께 가동하면 좋을 듯하다. 이를 통한 집단적인 논의과정이 있어야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지역을 떠나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약자들이 굉장히 피해를 보는 것 같은 사회분위기도 거친 노사 관계를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근로자들에 대한 정부정책이나 작금의 최순실 사태 같은 정치권의 작태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 등은 더 이상 사회약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노총도 마찬가지다.

결국 노조 운동도 이제 변화가 필요할 시점이 온 것이다. 물론 정부정책이나 정치권도 변화가 필요하지만 노조 운동은 지금도 지나치게 남 탓만 하면서 과거 지향적이다.

시장주의나 경쟁주의를 지나치게 비판만 한다. 그 비판이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본인들도 거기에 얹혀서 기득권을 누려왔다.

시장에서 살아남은 현대차의 성장은 노조에게도 혜택이 돌아갔고. 오늘날의 ‘귀족노조’라는 별칭까지 만들어내지 않았나.

사회 전반이 정신을 차려야겠지만 노사 관계를 거칠게 만들고 있는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노조가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 노조도 이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노사 임금협상 줄다리기 ‘에너지 낭비’ 힘 균형·노동관계법 개선해야”

◇명지대학교 조동근 경제학과 교수
- 명지대학교 투자정보대학원 원장(2001)
-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2010.12)
- 자유와창의교육원 교수(2014.10)

 

▲ 명지대 조동근 경제학부 교수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걱정들이 많다.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데 트럼프는 보호무역으로 가겠다는 게 아니다. 미국인들은 그 동안 자유무역으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차기 트럼프 정부의 방침은 공정무역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우리나라엔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이 제일 크게 부딪힐 것이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어제 오늘의 대립적 노사관계는 어려움을 해쳐나가는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협력적 노사관계를 위해 개인적으로는 노사협상 주기 자체에 대해 우선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사협상이 매년 이뤄지고 있지만 미국 같은 경우 3년 간격으로 한다. 노사협상을 매년 하는 이유가 물가인상이 빠르기 때문인데 지금은 디플레이션에 가깝게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할 필요가 뭐가 있나. 노사협상이 매년 이뤄지면서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가 너무 많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미국처럼 3년에 한 번씩 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아울러 노조도 이제 바깥의 눈치를 봐야 한다. 현대차 노조가 이번에 파업을 철회한 것도 정부의 긴급조정권도 있지만 결국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움직임 때문이 아니겠는가.

소비자들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물론 물가가 오르면 대기업의 임금도 올라야 하겠지만 작금의 거대 기업 노조들은 기업경제를 볼모로 자신들의 배만 채우려는 경향이 크다. 국민들에게는 그렇게 비치고 있고, 소비자 불매운동은 바로 그런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특히 현대차의 경우 원청 노조의 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크다. 남한테 피해를 주면서까지 노조가 그렇게 과격하게 나갈 필요가 있을까. 그것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소비자들이 먼저 목소리를 내야 한다.

노조 스스로도 파업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던 좋은 시절은 다 지났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이제 사회속의 노조가 돼야 한다. 다시 말해 노조도 사회적 책임을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관계법도 고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의 노동관계법은 파업을 하는 쪽이 유리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는 노조가 파업을 하면 회사에도 방어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해 사측에는 이렇다 할 방어권이 없다. ‘직장폐쇄권’ 밖에 없는데 조건이 까다롭고 결국 회사만 손해를 입게 돼 실효성이 별로 없다. 따라서 우리도 사측에 ‘대체근로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제 대기업 노조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따라서 그렇게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만들어주면 노조도 파업에 좀 더 신중해질 것이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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