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유동광고물 수거보상제, 알고 계시나요?
불법 유동광고물 수거보상제, 알고 계시나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1.2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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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에 거리를 지나다 보면 전신주나 가로등에 너덜거리며 붙어있는 전단지와 벽보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많다. 무분별한 홍보로 인해 거리 곳곳이 테이프 자국과 찢어진 종잇조각으로 얼룩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법 광고물은 단순히 거리 경관을 해치는 데 그치지 않고, 강풍 등으로 인해 훼손되면 아이들의 통학길이나 교통환경에 아주 위협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풍경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이전과 또 다른 모습들이 보이곤 한다. 바로 마대나 종이봉투를 들고 어지럽게 붙어져 있는 광고물을 일일이 떼어내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부터 강화된 ‘불법 유동광고물 수거보상제’(이하 수거보상제)에 기인한 것으로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2013년부터 시행해온 수거보상제는 전단, 현수막, 벽보, 스티커 등 거리 미관을 해치는 불법 유동광고물을 주민이 직접 참여해서 수거하고 이를 보상해주기 위해 시작되었다. 시행 초기에는 보상으로 종량제봉투를 지급했으나 올해부터는 현금 보상으로 변경하고 월 한도금액도 상향 조정했다.

그 결과 금년 11월 현재까지 5천665명의 주민들이 참여해 738만 건의 불법광고물을 수거했으며, 보상금으로 천278만원을 지급하는 등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월 보상한도금액인 5만원을 지급받는 인원이 월 평균 23명에 달할 정도로 열성적인 참여자도 눈에 띄고 있다.

실제로 학성동에 거주하는 이 모(남, 73세)씨는 “평소 집에 있어봐야 운동도 안하고 TV만 보고 있지. 산책한다 생각하고 골목길 다니면서 떼다보면 운동도 되고 용돈도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해”라며 보상신청일이 되면 어김없이 동 주민센터를 방문한다.

수거보상제에 어르신들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우정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여, 32세)씨 역시 “원래 깔끔한 걸 좋아해서 집 앞에 전단지가 지저분하게 붙어있는 걸 못 봐 늘 떼곤 한다. 수거보상제를 알고부터는 구정에 동참한다고 생각하니 뿌듯해져서 집 앞 골목까지 청소를 하게 된다”며 이웃 주민들에게 참여를 홍보한다고 한다.

단순히 수거보상제가 불법으로 게시되는 유동광고물의 제거 효과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불법으로 게시되는 즉시 제거됨에 따라 홍보효과가 반감되면서 업주들의 적법한 신고신청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작년 6천 매에 불과했던 전단지 표시신고 건수가 올해는 1만9천매로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적법한 광고를 통해 홍보하려는 업주가 늘고 있다. 현수막 또한 지정게시대 이용 건수가 작년 4천715건에서 올해 5,천375건으로 14% 이상 증가 추세에 있다.

이와 같은 수거보상제의 효과에 힘입어 중구청에서는 불법 광고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불법 유동광고물 단속에도 힘쓰고 있다. 365일 단속반 운영을 통해 적발된 불법 광고물에 대해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한 결과 작년 694건, 1억4천6백만원이던 과태료 부과 건수가 올해에는 2천914건, 5억1천9백만원으로 증가했다. 수거보상제와 더불어 강력한 행정처분을 병행함으로써 상습 불법광고물 부착자들이 적법하게 광고물을 게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수거보상제를 통한 주민 참여와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중구는 불법 유동광고물 없는 깨끗한 거리환경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불법 유동광고물 근절은 주민과 행정기관 둘 중 하나만 노력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기관의 지속적인 광고물에 대한 인식 개선 사업과 주민의 성숙된 의식, 투철한 신고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업주들도 무질서하고 경쟁적인 홍보만으로 손님을 유치할 게 아니라 친절한 서비스 정신, 판매하는 물품의 질과 맛으로 승부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깨끗한 거리환경은 중구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 중요한 첫인상을 줄 수 있다. 유서 깊은 전통을 자랑하는 종갓집의 이미지와 함께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준다면 걷고 싶고, 살고 싶은 명품도시로 발돋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머지않아 전단지 한 장 붙어 있지 않은 깨끗한 거리를 출근하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이슬우 울산 중구청 디자인건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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