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협력사의 갑을관계
대기업과 협력사의 갑을관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1.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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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와 개구리가 친구가 되기로 하고 서로 발 하나를 묶어 함께 뛰는 친구놀이를 한다.

생쥐는 개구리를 골탕먹이려고 닭장으로 뛰어가지만 그곳에서 고양이를 만난 생쥐는 살기위해 죽어라고 닭장에서 도망친다. 개구리는 생쥐가 자기를 닭으로부터 살려주기 위해 뛴 것으로 착각하고 친구가 된다.

이솝우화 ‘친구가 된 생쥐와 개구리’ 이야기는 기업의 ‘갑을(甲乙)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출발한 갑을의 친구맺기 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가능할까? 하청업체, 그 영원한 을(乙)은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과연 발을 내밀어야 할까? 줄을 끊을 수도 그렇다고 묶인 채로 끌려갈 수도 없는 강요된 현실, 그것은 협력업체의 또다른 자화상이다.

‘갑을관계’는 계약상 지위의 상하관계, 경제적 강자와 약자간의 계약관계를 의미하며 계약서에서 유래한 말이다. 계약서 맨 위에서 편의상 한쪽 당사자를 ‘갑(甲)’, 다른 당사자를 ‘을(乙)’로 지칭하고, 이후 계약 조항에서 ‘갑’ ‘을’이라고만 적는데, 대부분 ‘갑’ 당사자가 ‘을’ 당사자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갑을관계라는 말이 생겼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갑을관계에서도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관계는 더욱 고질적이다.

울산지역 산재사고의 피해자는 대부분 을(乙)인 협력업체 근로자다. 원청과 하청업체간 만연한 갑을관계와 불공정관행의 후유증 때문이다. 과중한 업무와 미흡한 안전관리로 중소기업 근로자는 위험에 시달린다.

경기 불황으로 대기업이 조금이라도 힘들어지면 협력업체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원가절감은 협력업체 납품단가 하락으로, 구조조정은 일거리 뺏기로 이어져 하루가 멀다하고 도산하는 협력업체들이 늘어난다.

대기업의 노조도 협력업체의 갑이다. 현대차 노조는 파업으로 임금을 올렸지만, 그 부담은 협력업체와 종사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성장논리로 무장한 대기업의 배려는 언제나 자신들의 기득권을 전제한다. 동반성장과 관련한 논의가 몇 년째 지지부진한 것은 명분이 ‘실리본색’의 기업논리를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갑을관계가 시작부터 저항에 직면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이 살아보자는 말에 “사회주의인지 뭔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다”는 재벌회장의 논리로 다시 돌아간다면 갑을논란은 기대할 것도 없다.

대기업에게 중소기업의 생존권은 재벌의 성장동력을 위한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는 볼멘 소리까지 나온다. 그런 가운데 SK그룹이 21일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울산에서 ‘SK 동반성장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채용박람회는 SK그룹이 지역 중소 협력사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우수 인재 채용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방안으로, 울산에 사업장이 있는 SK에너지·SK종합화학·SK루브리컨츠를 포함한 SK이노베이션 계열 4사와 SK건설, SK케미칼 등 6개 사의 통합 행사로 진행됐다.

지난해까지 37개 SK 협력사가 총 256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SK그룹은 이날 또 동반성장위원장과 함께 협력사 CEO 간담회를 마련해 협력사들과의 상생협력 증진 방안 등을 청취하는 등 동반성장을 위한 정부, 지자체, 기업의 소통의 장도 가졌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갑을(甲乙)’ 논쟁이 커지고 있지만 기업들 사이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한 각도에서 찾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은 자금 지원,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통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상생의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고,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기업이 돕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윈윈을 위한 다양한 모델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재환 취재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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