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앙새 축제’ 참관기
중국 ‘원앙새 축제’ 참관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11.2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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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중국 호북성(湖北省) 경산현(京山縣)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아 조류박람회(Asian Bird Fair)’ 행사에 참여했다.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을 기념하고 울산의 생태관광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내년 2월에 열릴 ‘제8회 아시아 조류박람회’용 대회기를 인수하고 행사 내용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11일 오전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3시간여를 날아 호북성(湖北省) 무한(武漢)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호북성은 동정호(洞庭湖)의 북쪽에 위치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반대로 우리나라 여행객에게 친숙한 장가계(長家界)가 있는 남쪽은 호남성(湖南省)이다.

무한의 도시 중심으로 양자강(揚子江)이 흐르고, 언덕에는 황학루(黃鶴樓)가 자리 잡고 있다. 호북성과 무한시는 ‘천호지성호북(千湖之省湖北)’, ‘백호지시무한(百湖之市武漢)’이라는 표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호수가 많은 물의 도시이다. 무한의 표준시는 한국보다 1시간 빨랐다. 다시 버스로 2시간여를 달려 경산현에 도착, 접수를 마치고 숙소를 배정받았다. 이번 행사가 열린 경산은 중국 정부에서 지정한 호북성 유일의 생태구역이다. ‘생태경산(生態京山) 망구지향(?球之鄕)’이라 하여 환경친화적 생태와 테니스를 두드러지게 알리고 있다. 조류박람회는 그날 저녁 각국 대표단 및 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만찬을 겸한 주최국의 환영 행사를 시작으로 시작되었다.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버마 등 아시아 지역은 물론 독일, 스페인 등 모두 21개국에서 300여명이 모였다.

12일 오전 문봉공원(文峰公園) 테니스장 개막행사에는 어림잡아 3천여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개막 퍼포먼스에 초등학생 100여명이 나와 자연이 파괴되고 복구되는 과정을 묘사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후 각국 참여자는 자국의 조류생태를 홍보하는 부스 운영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13일은 오전부터 문봉공원을 중심으로 새를 찾아 나서는 탐조(探鳥) 경기가 있었다. 2시간가량의 탐조에서는 까치, 참새, 물총새 등 우리나라에서 흔히 관찰되는 새가 있어 친숙함을 느꼈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에서 서식하지 않는 다양한 종이 관찰되어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다양한 조류가 출현하는 이유를 열매를 맺는 다양한 나무에서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족제비 1마리가 물가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때로는 물에 뛰어들어 첨벙거리는 행동을 되풀이하는 모습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네팔, 몽골 등이 자국의 조류생태와 보전방향에 관한 포럼을 열어 참석했다.

14일, 오전부터 원앙호(鴛鴦湖), 미인곡(美人谷), 원앙계(鴛鴦溪) 등 3곳에서 조류를 찾아 나섰다. 먼저 원앙호(鴛鴦湖)를 찾았다. 원래 이름은 삼천호(三泉湖)였으나 원앙이 모여들어 이름이 원앙호로 바뀌었다고 한다. 150여 마리의 원앙, 백할미새 등이 관찰되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이 미인곡(美人谷)이다. 계곡에는 목 부분이 흰 띠를 두른 듯한 모양의 까마귀가 관찰되어 흥미로웠다. 중국에서는 그 새를 목이 흰 까마귀라는 의미로 백경아(白頸鴉)로 불렀다. 원앙계(鴛鴦溪)를 찾았다. 원앙이 있다 하여 원앙계곡이라 불렀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날은 원앙보다 쇠물닭, 논병아리, 뿔호반새 등 3종이 관찰됐다.

특히 ‘뿔호반새’는 물총새과로 청호반새, 호반새, 물총새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새이다. 그러나 9회 정도의 채집 기록이 있을 정도로 희귀한 새이다. 이 새는 산간 계곡에서 서식해서 조류 전문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새가 아니다. 필자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탐조하지 못했다. 처음 대면한 것이 중국이기에 기억에 뚜렷이 남을 것 같다.

저녁에는 만찬 겸 폐막식이 있었다. 폐막식의 하이라이트는 제8회 행사를 위해 울산시와 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공동으로 대회기를 인수하는 것이었고, 이 행사를 마지막으로 공식 일정을 모두 마쳤다. 폐막식에 앞서 내년 개최지인 울산의 홍보 영상물이 상연되자 참석자들의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수만 마리의 떼가마귀의 군무 장면이 그들에게 생소하게만 보였던 것이다.

15일, 빠른 오전 경산을 떠났으나 교통사정으로 무한에 늦게 도착했다. 오후의 짧은 시간을 쪼개어 호북성박물관, 황학루(黃鶴樓), 한가(漢街) 등 3곳을 아쉬움을 남기면서 견학했다.

호북성박물관에서는 전국시대 초나라의 제후였던 증후을(曾侯乙) 무덤에서 나온 청동기 부장품이 너무 새롭게 다가와 한동안 넋을 잃고 보았다. 세 겹으로 된 목재 관곽의 크기와 순장자들의 신상 그리고 옥함(玉含)과 고대 편종(編鐘) 등 다양한 악기들도 둘러보았다.

황학루(黃鶴樓)는 양자강이 바라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황학루에 들어서자 신선(神仙)이 좌기(坐騎)인 학(鶴)을 타고 피리를 부는 모습의 벽화에서 전설을 떠올렸다. 한가(漢街)는 인공 운하 초하(楚河)와 나란히 형성된 쇼핑거리이다. 그 길이가 1.8㎞라고 안내자가 말했다. 알찬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행사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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